고작 한 정거장 가는데 2000원?…'민자철도 할인' 가능해진다

단거리 수요 활성화 요금제 추진
역·역세권 동시 개발 모델 마련
민간 수입↑…이용자 요금은↓
사진=게티이미지
앞으로 신규 민자 철도사업을 하려는 민간 사업자는 구간별 정액요금제 외에 정거장별 할인 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를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철도역 신설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역이 들어설 역세권 인근 지자체 소유 부지를 민자사업자에게 매각해 철도 사업과 역세권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

국토교통부는 24일 어명소 2차관 주재로 민자철도 업계 간담회를 개최해 철도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개선 사항을 공유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국토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방 광역철도 등 지역의 철도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민간과 지자체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간담회를 개최했다.국토부는 민간이 신규 철도사업을 제안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불확실성 관련 문제를 개선하고 사업구조 개선, 공공성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한다.

우선 정부는 민간 사업자가 다양한 요금제와 할인 프로그램을 제안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민간 사업자들이 구간별 정액 요금 위주로 요금제를 운용해왔지만 앞으로 신규 사업을 하려는 민간 사업자는 이용자가 이용한 정거장 수에 비례해 할인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요금제를 제안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정액 이용료가 2000원인 철도에서 한 정거장만 이동한 고객에게 정액 요금보다 훨씬 싼 요금을 적용하면 버스를 타려던 사람도 철도를 이용하는 등 단거리 수요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철도역 신설을 요구할 때 철도역과 역세권을 함께 개발해 발생한 이익을 철도에 재투자하는 모델도 추진한다. 민간 사업자는 지자체가 소유한 역세권 부지를 사들여 역과 역세권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발생한 개발 수익으로 사업자는 수요와 수입이 늘고, 지자체는 역 신설 부담이 줄어든다. 이후 민간 사업자가 개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철도에 재투자해 이용자들은 요금 인하 효과도 누릴 전망이다. 도심 내 건물형 출입구를 설치할 때는 상부를 청년 임대주택과 상업시설 등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역과 역세권을 민간 사업자가 함께 개발하는 모델은 수도권 전철 서해선(소사원시선) 석수골역 인근 '안산 매트로타운 푸르지오 힐스테이트'가 대표적이다. 서해선은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이 참여하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설립한 이레일이 민간 사업자로 있는 철도로, 당시 컨소시엄은 역세권 부동산 개발권을 함께 따내 해당 단지 개발과 분양을 민자철도 사업과 함께 추진했다.

국토부는 현재까지는 상가임대‧광고 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철도 부속 사업을 앞으로는 민간이 창의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이용객이 적은 새벽‧낮 시간에 철도 열차 1량을 소형화물(택배)칸으로 활용하고 차량기지에 물류거점을 설치해 도심 내 거점으로 운송하는 등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민간 사업자가 철도 시·종점 연장, 지선 추가, 사업 병합 등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도록 허용한다. 신규 노선을 신설하는 경우만 지방 폐노선, 노후 철도시설 등 기존 철도 시설을 개량해 투자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제안할 수 있게 한다.현재 정부가 투자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민간이 100억원가량의 투자 비용이 필요한 철도 투자 제안을 하도록 한 것을 사전타당성조사 수준의 의향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완화해 사업자의 초기비용을 10억원 안쪽으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민자철도에 대한 관리는 강화해 공공성은 높인다. 국토부는 민자철도 전담 전문 조직인 철도관리지원센터를 신설하고 국가철도공단의 지원 역할을 강화한다. 앞으로는 민자철도 유지·관리 기준을 공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마련해 매년 운영평가를 실시한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