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산 '애물단지' 제주 아파트…이젠 月 700만원씩 법니다" [방준식의 N잡 시대]

제주에서 한달살기 숙소 3채 굴리는
리브애니웨어 호스트 '동작구N잡스'
수익 낼 길 없어 막막했던 아파트
서울서 원격으로 운영하면서 수익내
아버지가 덜컥 2억원을 주고 제주도에 아파트 2채를 사셨어요. 노후 용도였지만 2채로 연세를 고작 1200만원정도 밖에 못 받았죠. 애물단지 신세였습니다. 그러다 코로나로 한달살기 유행이 들불처럼 번졌어요. 전세로 돌리던 1채를 시험 삼아 게스트를 받아보니 수익이 쏠쏠했습니다. 장박 손님을 받으니 청소 걱정도 없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관리가 가능하더군요. 그렇게 3채까지 늘렸더니 지금은 월 최대 700만원 정도씩 벌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운영 중인 숙소 내부 모습.
코로나로 여행 트렌드가 바뀌었다. 은퇴자들과 원격근무자들이 늘면서 한달간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것이 유행이 됐다. 그중 제주도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전세 매물이 사라졌다. 당장 세입자를 받을 길이 막막해진 한 직장인은 한달살기 호스트에 도전했다. 서울에서 앱으로 게스트를 받고, 청소는 당근마켓에서 전문업자들을 통해 관리를 했다. 골칫덩이였던 아파트가 이제는 월급보다 더 벌어준다. 숙소 플랫폼 리브애니웨어에서 호스트로 활동 중인 '동작구N잡스'(닉네임·35)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3년차 7개 잡을 뛰고 있는 '동작구N잡스'(닉네임·35)입니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면서 리브애니웨어 플랫폼에서 한달살기 숙소 3채와 브런치 카페도 준비 중입니다. 주말에는 식기세척기 설치 아르바이트와 취업컨설팅 출강 등 다양한 사이드잡을 뛰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웃음)"

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2000년도에 아버지가 제주도에 아파트 2채(22평, 26평)를 구매하셨습니다. 투자보다는 노후 용도였습니다. 하지만 난관이 닥쳤죠. 제주도는 내륙과 달리 연세를 받습니다. 구매할 당시 제주 표선은 각광받는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아파트 2채의 연세를 고작 1200만원 정도 밖에 받지 못했죠.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여행 트렌드가 바뀌더군요. 재택근무가 도입되고 제주에서 한달살기가 유행했어요. 제주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 제도가 아예 사라져 버렸습니다. 당장 수익을 낼 길이 막막했죠. 아버지를 대신해 제가 직접 호스트로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1채는 한달살기용으로 바꿔 플랫폼에 올렸더니 꽤 수익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3호점까지 확장했습니다."
제주에서 운영 중인 숙소 내부 모습.
Q. 제주 부동산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서귀포시에서 아파트 2채를 당시 2억원 안팎의 금액에 샀습니다. 당시 80%를 대출을 받아 샀고, 현재는 모두 갚은 상태입니다. 1채는 전대차 형태로 빌려서 총 3채를 한달살기 숙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대차 매물은 보증금 3000만원에 연세로 2000만원입니다. 매물이 좋아 조금 비싸게 계약을 한 편입니다. 3채에서 한달 매출 400만~700만원가량 나오죠." Q. 제주에서 한달살기용 숙소를 고르는 노하우가 있나요.
"제주에서 뜨는 지역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한달살기에는 전역이 다 괜찮죠. 다만 호스트가 각 지역의 특색을 잘 알고 얼마나 마케팅을 잘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제주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반드시 도시가스인지 LPG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주차라인도 넓어야 하고, 인근에 큰 마트가 몇개 있는지도 봐야 하죠. 부동산 탐방시 어려운 점은 역시 육지에서 원격으로 탐방하고 주말을 활용해 몰아서 봐야하는 점인데 막상 주말에 와보면 괜찮는 집은 금방 나가버릴 때가 많아 허탕을 치는 일이 다반사죠."

Q. 서울에서 원격으로 3채를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예약은 앱으로 받습니다. 입퇴실 관리의 경우 당근마켓을 통해 청소전문업자분을 연결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달살기용 숙소는 청소를 자주 안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죠. 2호점을 열 때부터는 은퇴하신 아버지가 인근으로 이주하셔서 아예 관리를 맡아주시면서 게스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시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운영 중인 숙소 내부 모습.
Q.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곰팡이입니다. 제주는 4,5월이 되면 고사리 장마가 내립니다.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와는 습도가 차원이 다르죠. 3일 정도만 공실이 발생해서 관리를 못하면 곧바로 도배를 다시 해야 하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게스트분들에게 꼭 에어컨과 제습기를 적극 활용하여 주시길 요청 드리고 있습니다."Q. 호스트만의 팁을 알려주세요.
"제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관리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게스트들이 안심하고 제주에서 한달을 소중히 보낼 수 있도록 여름 습기관리와 겨울 가스비를 아낄 수 있는 카페트 및 난방 대책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제주 한달살기 트렌드도 코로나 이전과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시절에는 오션뷰가 있는 이점만 있다면 금액이 비싸도 잘 나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죠.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한달살기, 퇴직자를 겨냥한 서비스 등 타깃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대부분 가구와 전자제품 구입비용으로 썼습니다. 게스트들이 한달간 불편함 없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65인치 이상의 스마트 TV △대형소파 △세라믹 재질 식탁 △전기밥솥 △커피머신 △식기세척기 △세탁·건조기 △무선청소기까지 완비해 놓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비용은 숙소별로 500만원 내외로 했습니다."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제 경우에는 약 6개월 이내에 투자비용은 회수가 됐습니다. 다만 이부분은 업무형태(매입, 전대차 등)에 따라 다양해서 획일화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결국 회사원들은 월급에 기대어 삽니다. 승진이 빠르건 좋은 회사로 이직을 했건 간에 똑같죠. 금액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부수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인들도 어느새 저를 많이 부러워하고 있죠.(웃음) 제 주변분들에게는 숙소도 무료로 사용해 드리기도 하면서 나누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세시대가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주거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죠. 단기 임대차계약을 통해 개인들도 누구나 호스트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기회는 결국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가야 하죠."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