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턱 없애는 관광지…휠체어 타고 해발 1000m 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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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없애니 장애인 이용률도 '쑥'계산성당과 약령시 등이 위치한 대구 도심의 근대골목을 걷다보면 도보 5~10분 거리마다 장애인용 화장실을 찾을 수 있다.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 등 100년이 넘은 고택의 대문에도 일반적인 한옥과 달리 단차가 없다. 한옥 건물인 계산예가 전시관과 100년 고택을 개조한 스타벅스 종로고택점은 마당에서 안채로 들어가기 위해 올라야 하는 돌계단 옆에 각각 휠체어 전용 리프트와 경사로가 마련돼있다.
장애인 친화적인 ‘열린 관광지’는 대구 근대골목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부터 전국 112개 관광지가 무장애(배리어 프리)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올해도 20개 관광지가 추가로 선정됐다.
휠체어 가능 캠핑장 장애인 이용률 50% 넘어
25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정식 개장한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캠핑장의 지난해 장애인 이용객은 381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국내 장애인구 비율(5%)을 고려했을 때 매우 높은 이용률이다. 장애인들에게 캠핑의 높은 접근 장벽을 낮추기 위해 국내 최초로 휠체어 이용 장애인도 이용 가능한 ‘유니버설 디자인(UD)’이 적용된 덕분이다.산 정상을 휠체어로 오를 수 있는 곳도 있다. 해발 1084m의 대구 비슬산은 산 정상의 참꽃 군락지까지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데크길이 조성됐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휠체어 리프트가 탑재된 전용차량도 운영한다. 국내에서 휠체어로 산 정상 등반이 가능한 유일한 산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무장애 관광 인프라가 구축된 열린관광지를 ‘모두의 여행’ 플랫폼, 장애인을 대상으로 여행기회를 제공하는 ‘나눔여행’ 등과 연계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 접근이 어려웠던 곳에 무장애 인프라를 구축하는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에 대한 해외 평가는 긍정적이다.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은 지난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의 ‘자연 지역 접근성 및 포용적 관광개발’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가 개최한 ‘골드 어워즈’의 ‘모두를 위한 여행’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조용만 문체부 2차관은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린 무장애 관광 홍보행사에서 “장애인들의 관광 환경이 좋아진다는 말은 모든 사람의 관광 환경이 좋아진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며 “열린관광지를 통해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누구나 여행의 매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는 여전...민관 협력 절실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 갈길은 멀다. 대표적인 무장애 관광도시로 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건축물 내를 대부분 휠체어로 접근 가능할 뿐 아니라 장애인 접근가능성 정보를 온·오프라인으로 상세히 안내한다.관광명소가 밀집한 고딕지구에선 휠체어 등 보행보조기구 사용자 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지 워킹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전문 가이드가 이동이 쉬운 경로만을 골라 동행하는 관광 프로그램이다. 세계적 호텔 브랜드인 힐튼호텔은 자사 앱에서 호텔 예약 단계에서부터 각 방의 장애인 접근 가능성을 표기한다. 유관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걸림돌은 부족한 예산이다. 현재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 예산은 정부와 각 지자체가 각 2억5000만원씩 5대 5의 비율로 마련한다. 조성 사업 예산 절반을 각 지자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의지 없이는 사업이 시행조차 되기 어려운 구조다. 그마저도 문화체육관광부가 확보한 열린관광지 조성 예산은 올해 총 50억원이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속적인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무장애 정보 제공이나 관광취약계층 대상 나눔여행, 대국민 장애인식개선 사업 등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예산 증액을 통해 열린관광지 조성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