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가 "영문 에디터 긴장하라" 경고한 까닭 [강진규의 BOK워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영문 에디터는 긴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 활용법을 묻는 질문에 "영문 스피치(연설문) 에디팅(편집)을 맡긴다"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은행 별관 기자실에서 통합별관 준공식을 앞두고 기자들과 약식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총재는 '챗GPT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자신의 활용법을 소개했다. 이 총재의 챗GPT 활용법은 '문장을 쉬운 영단어로 써놓은 후 필요에 따라 변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에 옛날 같으면 영어 단어를 어떻게 선택할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며 "지금은 문맥만 통하게 써놓고 (챗GPT에게) '프로페셔널처럼 바꿔줘', '30% 짧게 해줘', '문어법으로 바꿔줘' 등으로 입력하면 팍팍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민감한 자료는 주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센서티브한 자료는 나가기 곤란하니 안 쓴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그 전에도 챗GPT에 대해 발언한 적이 있다. 지난달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다. 이 총재는 "영어로 얘기하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생각한다"며 "챗 GPT 능력에 놀랐고, 앞으로 더 빨리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챗 GPT의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으니 이걸 한은 내부망에서 보안 문제없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챗GPT 시대에 맞춰 영문 문서를 더 빨리 올려야한다는 발언도 있었다. 영어로된 잘못된 내용이 진실인 것처럼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한글이 영어로 덜 번역이 되면 외교적 문제나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우리와 반대되는 생각이 더 우세해질 수 있다"며 "(한글 문서를) 영어로 올려야 하고, 영어를 쓰는 게 시대적 과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새로운 본부 건물 준공식을 개최했다. 한은 건물은 1963년에 건축된 1별관, 1987년에 건축된 기존 본관, 1965년 건축돼 2005년 매입한 소공별관 등 본부 부서가 3곳으로 분산돼 있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중수 전 총재 시절 건축 기본 계획을 수립했고, 이주열 전 총재가 기존 1별관을 철거해 지상 16층 지하 4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는 한편 본관과 2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하는 대규모 건축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준공식은 이같은 작업이 모두 완료된 후 개최된 것이다.

이 총재는 기념사에서 "한은의 위상이 대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은은 국내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지적 리더로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1층 중앙로비는 '건물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각 출입문과 건물로부터 오는 동선이 모이는 곳에 2층까지 계단으로 이어져 넓게 열린 이 공간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