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지위, 승인 추구안하겠다'는 北…美 대응은

국제사회 통용절차의 핵심은 '미국의 승인' 여부
기존 '사실상 핵보유국'과 다른 길…미중 패권경쟁과 연계 흐름

주요 7개국(G7)은 지난 18일까지 사흘간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회담한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자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은 2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를 통해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은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라고 규정하며 실제적인 핵억제력 존재와 '국가핵무력 정책법령'에 따라 국법으로 고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그 누구의 인정도, 승인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국제사회의 반응에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핵보유국은 어떤 의미일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르면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s)'에 대한 정의는 조약 제9조 3항에 명시돼 있으며, NPT 체제 출범 이전의 핵개발국을 의미한다.

따라서 핵무기 국가군에 속하는 국가는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P5)이다. P5 이외에는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통칭한다.

세 나라는 어떻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존재하게 됐을까.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핵무력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즉, '신뢰성 있는 핵억제력'을 갖추어야 한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와 압박 속에서도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끝내 핵무력 완성에 도달했다.

하지만 핵무력 완성으로만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를 보유하는 정당성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정당성은 누가 받아들일까.

학계의 분석은 대체로 세계 최강국인 미국으로부터 선별적으로 인정받은 뒤 국제사회에서 추종(묵인)을 통해 "비공식적 인정"을 받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이 세 나라를 핵보유국가로 인정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개별국가와 원자력 협정 등의 형태로 국제사회에 미국이 해당국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인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다른 국가들은 대체로 이를 받아들였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는 핵무장의 기술적 완성 이후 자국의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미국의 암묵적 승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 비확산체제를 주도하는 미국을 의식해 위의 세 나라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핵무기·핵기술·핵물질·미사일 등을 해외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핵비확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핵무력을 사실상 완성했다는 점에서는 위의 세 나라와 유사하지만 '미국의 동의' 부분에서는 매우 상이한 과정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NPT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특이한 과정을 거친 나라이다.

북한은 철저하게 미국과 적대적 관계 속에서 비밀리에 핵개발을 시도했으며 끝내 핵무력을 완성했다.

북핵 6자회담이 진행 중이던 2005년 2월 10일 '핵보유'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뒤 이후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했다.

이어 2013년 2월 12일 핵무기 사용법을 제정했고, 지난해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11개 항의 법령을 채택했다.

아울러 최근 노골적인 핵위협을 하는 것처럼 공격적인 핵교리를 천명하고 있다.

G7 외교장관 회담 공동성명에서 보듯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이 강경하다.

향후 미국과 북한간 협상이 재개될 경우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할 수 없으며, 비핵화만이 의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내달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서도 G7 외교장관 회담 결과와 유사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여부는 미국과 중국간 패권경쟁과 구조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노골화되는 핵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도 이 문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