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분쟁에서 내전으로 가나…"국가 붕괴 우려"

WP "민주주의 전환 기대감 크지 않아…남수단처럼 될 수도"

수단 분쟁이 내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가 붕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칼럼니스트인 이샨 타루르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수단이 내전으로 빠져들어 국가붕괴로 향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실었다.

4천6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이 군사력을 장악한 실권자 2명의 권력욕으로 국가 붕괴를 향해 나아갈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칼럼에 따르면 수단 국민들은 무력 충돌의 중심에 있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의 권력욕에 주변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까지 더해지면서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수도 하르툼은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한순간에 유령 도시로 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금까지 양측의 교전으로 적어도 400여명이 희생됐으며 부상자도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희생자 중에는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국제단체의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 외교관들이 탄 차량 행렬이 공격받고 유럽연합(EU) 인도적 지원 담당자가 총상을 입는 등 외국인들에 대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서둘러 자국 외교관과 가족을 소개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자국민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려 하고 있다.

수단 국민들도 안전한 곳을 찾아 집을 버리고 떠나고 있다. 수천명이 차드 국경지대로 가기 위해 건조한 사막지대를 건너가고 있으며 유엔은 수일 내로 10만명 정도의 수단 난민이 도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이번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 전부터 식량이 부족했었다면서 수단의 인도적 위기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지난 2019년 쿠데타를 일으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의 30년 장기 집권에 마침표를 찍은 데 이어 2021년에도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민정 이양 작업을 벌이던 과도정부를 무너뜨렸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당시 국제사회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민정 이양 작업의 가속화를 약속했으나 이후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며 반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RSF의 정부군 편입 일정과 두 조직의 통합 후 지휘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난 15일부터 전면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국제위기그룹(ICG)은 지난주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이 수도인 하르툼을 장악해도 다갈로 장군은 본거지인 다르푸르에서 내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수단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수단에만 머물지 않고 분쟁에 취약한 주변국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단은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리비아, 이집트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다갈로 장군은 리비아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프타르 장군은 수단에서 활동하면서 신속지원군(RSF)에 중화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홍해에 면한 항구로 인도양 진출의 교두보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포트수단에 해군기지 건설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군을 이끄는 부르한 장군은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군사학교 동문으로 이집트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고 있으나 다갈로 장군 쪽에 기울어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프트밸리 연구소의 수단 학자인 마그디 엘 기줄리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모두가 수단을 원하지만 전체를 가질 수 없다면서 지금은 너무 많은 상충하는 이익과 주장들로 인해 균형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엔드레 스티안센은 수단 주재 노르웨이 대사도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현재와 같은 상황은 없었다면서 외부 세력은 상황을 더욱 악화할 뿐이며 민주주의로의 포괄적인 전환만이 안정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르한과 다갈로의 권력투쟁이 갈등의 원인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주의로의 포괄적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타루르는 칼럼에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단도 수십 년간의 내전 끝에 2011년 국민 투표를 통해 이슬람교도가 주류인 수단에서 분리 독립했지만 이후에도 정부군과 반군 간 유혈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남수단처럼 될 수도 있다고 타루르는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