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롭테크' 기업, 하반기가 더 문제인 이유[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부동산 상승기에 주목 받았던 '프롭테크'
"거래량 위축에 위기 봉착…자금조달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부동산 벤처업계에서는 혁신과 성장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기업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롭테크 회사는 부동산 시장이 상승기일 때 가장 주목받습니다. 주택의 가치가 증가하고 거래 또한 늘어나면 회사의 수익과 마진이 덩달아 증가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2022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돼 성장하는 프롭테크 회사보다는 평준화 또는 성장이 정체되는 회사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국가별로 프롭테크의 성장 단계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유럽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여전히 주목받는 것으로 보입니다.지난 10년 동안 부동산건설시장과 소비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새로운 서비스에 열광하면서 프롭테크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습니다. 초기 혁신은 주택 구매자 또는 판매자가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정보플랫폼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은 직방과 다방 등이 대표적이고 미국에서는 질로우(Zillow), 트룰리아(Trulia), 리얼터닷컴(Realtor. com)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에 대한 정보, 과거에는 전문 부동산 중개인이나 접근가능 했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차세대 혁신의 물결은 오픈도어(Opendoor), 플라이홈즈(Flyhomes), 오퍼패드(Offerpad), 리본Ribbon)과 같은 회사인 '아이-바이어스(i-buyers)' 및 '파워 바이어스(power buyers)'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전매제한이나 세금규제 등의 문제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업입니다. 이런 회사들은 주택 거래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들었습니다. I-buyers는 고정된 가격으로 매도자의 주택을 신속하게 구매합니다. 파워 바이어스는 소비자가 '판매하기 전에 구매'하거나 주택을 '전액 현금으로 구매'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주택 가격은 저금리, 원격 근무 및 재정 부양책 등으로 인해 많이 올랐으며 이들 회사들은 상승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수익과 마진은 빠르게 증가했고 이런 흐름이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당분간은 현재의 사업모델이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5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한국은행도 호응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자산시장은 붕괴직전입니다. 이제 많은 주택 소유자들은 과거의 주택담보대출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주택가격의 빠른 하락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주택거래는 최저를 기록했습니다.한국의 주택거래의 감소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기존 주택 판매는 2022년 11월에 409만채로 전년 대비 35% 감소해 2010년 이후 최저치(코로나 초기 몇 달 제외)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상황이 프롭테크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해야 합니다. 주력사업이 주택거래와 관련이 있는 회사는 거래 감소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콘테크(Contech)로 알려진 건설관리 플랫폼 들은 부동산 거래량에 덜 의존하므로 더 잘 버틸 겁니다.

2022년 전에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은 성공적이었지만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받아 그 가치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겁니다. 더 많은 해고, 축소 및 합병의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더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용절감과 효율성에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프롭테크 시장에서 가장 궁금한 사항은 현재의 거래절벽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입니다.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사안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 기업에는 더 큰 시장이 열려 있을 것이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닌 지금 벌써 추운 겨울을 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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