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드라마는 남성들의 전유물?…여자들만 나와도 재미있네 [OTT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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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퀸메이커'정치 드라마의 주인공은 십중팔구 남자였다. 저돌적 기세의 권력욕이 오로지 남성성을 통해서만 표현됐다. 주인공 역할만 남자라면 그나마 다행. 주변 인물까지 모조리 남자인 경우도 허다하다. 해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주요 배역 모두 여성이 맡아
참신한 설정으로 글로벌 7위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는 다르다. 주요 배역이 모두 여성이다. 일반적인 정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성별만 바꿨을 뿐인데도 참신하다. 남성 중심의 정치판이 여성에 의해 흔들리는 모습에 박진감이 느껴진다.드라마를 이끄는 배우는 김희애와 문소리다. 김희애는 은성그룹 오너가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전략기획실장 황도희로, 문소리는 여성 노동인권 변호사 오경숙으로 출연한다. 드라마는 황도희의 도움으로 오경숙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이질적인 인생을 살아온 두 여성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호흡을 맞춰가는 ‘워맨스’가 돋보인다.
오경숙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TV 토론에서 코르셋을 갑자기 벗어 던지는 장면은 드라마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여성의 틀을 깨고 진정한 정치인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 진정성 있게 드러내 주면서다. 주연뿐만 아니다. 은성그룹 회장을 맡은 서이숙, 3선 국회의원 역할의 진경 등 여러 여성 배우가 작품을 떠받치는 점도 인상적이다.드라마는 흥미진진하다. 서울시장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오경숙과 은성그룹 오너가 사위 백재민의 경합도, 자신의 후보가 당선되도록 지략싸움을 벌이는 황도희와 칼 윤(이경영 분)의 대립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인기 순위 7위, 한국 순위 1위에 오른 배경이다.
다만 더욱 명확한 메시지를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단조로운 선악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통찰력 있는 정책적 내용을 더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시즌2를 예고하는 듯한 결말이 나온 만큼 다음 시즌에선 더욱 풍성한 서사와 메시지를 기대해 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