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가을에 오는 '물고기 사냥꾼'이 봄에 온 이유는?

멸종위기 '가을철새 물수리' 뜻밖의 만남이 주는 즐거움
강릉 남대천에서 커다란 숭어 사냥 뒤 유유히 사라져
예기치 못한 만남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미세먼지가 동해안까지 심하게 덮쳤던 지난 주말 강원 강릉시 남대천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국제지정 보호종인 물수리 1마리가 나타났다.

강한 햇빛을 등지고 뿌연 창공에 물수리가 나타나자 모래톱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갈매기 등이 일제히 날아올라 맹금류의 출현에 긴장했다.

먹이를 찾던 물수리는 배가 고픈 듯 먹잇감을 발견하고는 날카로운 발톱을 내리고 물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아쉽게 날카로운 발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첫 번째 사냥은 실패해 물고기 사냥꾼의 체면을 구겼다.

이내 다시 상공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먹잇감을 찾은 뒤 이번에는 더 빠른 속도로 물속으로 향했고 한동안 물에서 숨을 고르듯 천천히 움직였다. 물고기를 잡았다는 신호다.

마침내 팔뚝만 한 숭어를 낚은 물수리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날아올랐다.
어김없이 남대천의 조폭 갈매기들이 먹이를 빼앗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얼마나 커다랗고 싱싱한 숭어를 잡았는지 몸부림치는 숭어가 한때 한발에서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귀찮게 달려드는 갈매기와 숭어의 발버둥에도 능숙하게 먹잇감을 달고 안전하게 물고기를 먹을 안전한 곳으로 사라졌다.

이후 설렘을 가지고 물수리의 출현을 또다시 기다렸으나 허탕이었다.

다음날의 지루한 기다림도 허사였다.

물수리는 전날에도 남대천에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보아 최소 이틀 정도 남대천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강릉 남대천은 물수리가 찾는 국내 대표적인 장소 중의 하나다.

물수리는 뛰어난 시력, 날카로운 발톱을 자랑하는 매목 수리과의 맹금류다.

주로 물가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며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몸길이 55∼65㎝로 등은 암갈색, 배는 흰색인 큰 수리류다.

주로 가을철인 9월 하순에 강릉 남대천을 비롯한 우리나라를 찾아 두 달 남짓 보낸 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더 남쪽으로 가 겨울을 나는 희귀철새다.

그래서 그 시기 외에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처럼 강릉에서는 주로 가을에 관찰되던 물수리가 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13년에도 4월 하순에 강릉 남대천에서 관찰된 바 있다.

봄에 나타난 물수리는 뒤늦게 시베리아 등으로 귀향하다 먹이 공급을 위해 남대천에 들른 것으로 추정된다.

봄에 나타난 물수리는 아주 짧게 머물다 간다. 예기치 않았던 뜻밖의 짧은 만남은 진한 여운을 남기고 벌써 물수리가 다시 찾아올 가을을 기다리게 만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