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새긴 라이온즈파크에서…이승엽 두산 감독, 삼성과 첫 대결

25∼27일 대구에서 두산·삼성 시즌 첫 맞대결…'이승엽·박진만 더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오른쪽 외야 관중석 위에는 '이승엽 벽화'가 있다. 그림 속의 이승엽은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은퇴한 2017년 10월 3일, 이승엽은 삼성에 '유니폼'을 반납했고 삼성 구단은 홈구장에 '이승엽 벽화'를 새겼다.

그렇게 이승엽은 '영원한 삼성 선수'로 남았다. 2023년 4월 25일, 프로야구 삼성 팬들은 원정 더그아웃에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사인을 내는 이승엽 감독의 모습을 본다.

이승엽 감독은 처음으로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적으로 만난다.

1루 원정 더그아웃에서는 3루에 자리한 삼성 팬들의 모습이 잘 보이기도 한다. 은퇴 후에도 해설위원, KBO 홍보대사 또는 삼성 팬으로 라이온즈파크를 찾았던 이승엽 감독이 '두산 사령탑'으로 대구를 방문한다.

이승엽 감독은 "지금 나는 두산이 상대하는 프로야구 9개 구단을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현역 시절을 보낸 삼성과 대구에서 경기할 때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두산의 반달곰 유니폼을 입고 이미 19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 팬들에게는 '두산 감독 이승엽'이 낯설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다.

'대구 야구'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홈런 467개를 쳤다.

KBO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했다.

이승엽 감독이 일본에서 뛸 때도 삼성 팬들은 그를 '우리 선수'라고 불렀다.

삼성 색이 짙은 이승엽 감독은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삼성에서 받은 큰 사랑은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삼성 팬들께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보답하고 싶다"고 삼성 팬들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이제는 두산을 먼저 생각할 때다.

나는 두산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고 밝혔다.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대구 원정의 날'이 밝았다.

삼성과 두산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한국프로야구 관계자가 2023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이승엽 감독의 첫 대구 원정'을 주목했다.

양 팀 관계자들은 "모두의 이목이 쏠릴 경기"라며 "두 팀 모두 좋은 분위기에서 3연전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두산은 시즌 초 11승 1무 7패(승률 0.611), 3위로 순항 중이다.

이승엽 감독은 "현재 승패 마진이 +4인데, 남은 4월 경기에서 수치를 더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반등이 필요하다.

삼성은 주말 광주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 싹쓸이를 당하는 등, 최근 4연패 늪에 빠졌다.

상위권과의 격차는 크지 않지만, 9위(7승 12패)로 떨어진 순위를 끌어올려야 선수단을 억누르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한국프로야구를 빛낸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박진만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1996∼2004년), 삼성(2005∼2010년), SK 와이번스(2011∼2015·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하며 '국민 유격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현역 시절 박진만 감독은 5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1976년생 동갑내기인 이승엽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및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등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은 은퇴 직후인 2016년 SK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삼성에서 수비 코치, 작전 코치, 2군 감독, 1군 감독대행으로 '감독 수업'을 받은 뒤, 올해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이승엽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주인공은 선수들"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자신들을 향한 관심이 프로야구 흥행으로 이어진다면 그 부담감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했다. 2023 KBO리그 4월 최고의 빅매치 '이승엽·박진만 더비'가 곧 막을 올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