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퍼스트리퍼블릭 예금 41% 줄어…"산송장 상태"

"차입금에 대해 대출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이자 지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직격탄을 맞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예금이 40% 넘게 줄어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은 1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예금 보유액이 작년 말보다 720억달러(40.8%) 감소한 1천45억달러(약 140조 원)라고 밝혔다.

시장의 1분기 예상 예금액 평균치는 1천450억달러였지만, 이보다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 규모가 훨씬 컸던 것이다.

예금 보유액에는 지난달 JP모건 등 대형 은행 11곳으로부터 지원받은 300억달러가 포함돼 실제 감소액은 1천억달러가 넘는다. 수익성도 나빠져 1분기 순이익은 2억6천9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다.

매출은 13% 축소된 12억달러였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지난달 초 이후 90% 가깝게 하락했고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는 한때 20% 이상 떨어졌다. 닐 홀랜드 퍼스트리퍼블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보고서에서 "대차대조표를 재조정하고 지출과 단기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을 20~25% 줄이고 임원 급여도 삭감할 계획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한때 은행권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등 부호들에게 저금리로 거액의 담보대출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자 고객들은 은행의 적은 이자에 만족하지 못해 고금리의 다른 대안으로 돈을 옮기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SVB의 파산은 예금자 보호 한도인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잔액을 가진 고객들을 놀라게 했고, 이는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졌다.

WSJ은 퍼스트리퍼블릭의 현 상황을 '산송장'(Living Dead)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1천억달러가 넘는 연방준비은행(FRB)과 연방주택대출은행(FHLB) 등 차입금에 대해 대출해서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매각이나 외부 자본 투입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은행 측은 "전략적 선택지들을 추구한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파산하면 한국 국민연금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이 은행 지분을 상당 수준 보유한 것으로 확인돼 국부 손실도 확대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