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이유만으로 대기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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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A부장은 30여년간 한 제조회사의 시설관리 업무를 해왔습니다. 동료들과도 잘 지내왔고 정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긴 회사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조용히 회사 생활을 하며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같은 팀의 후배 과장 B가 신입으로 들어온 C에 대해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핀잔을 주는 것이 눈에 띄어, 그러지 말고 잘 대해주라고 점잖게 타이르듯 B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행복한일 노무법인의 '직장내 괴롭힘 AtoZ'
그리고 며칠 후, A는 갑자기 인사팀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면서 신고인과의 접촉을 금지한다면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보건실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A는 출근해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건실에서 혼자 대기하면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사조치에 대하여 주변 동료들에게 직접 해명할 수도 없었습니다. 조사 기간 중 다른 동료들과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 비밀유지 의무 위반이 되어 불리할 수도 있다고 전달받았기 때문입니다.조사 결과 A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한 달여간의 분리조치가 끝나고 A는 B의 무고에 대해 화가 치밀었지만, 인사팀의 갑작스러운 분리조치는 본인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조치이며, 부당 인사발령에 더해 이 또한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A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조사 기간 중에 피해근로자등이 원한다는 이유로 행위자로 지목된 자에 대하여 분리 조치를 취하는 위와 같은 경우가 실무상 종종 목격됩니다. 이때 법적 쟁점은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조사 기간 중 행위자에 대한 분리 조치가 부당한 인사발령인지 여부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로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위 사례에서 A에 대한 회사의 분리조치로 행해진 보건실에서의 한 달여간의 대기발령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서 정하고 있는 피해근로자등(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조사 과정 중에 취하여야 할 보호조치를 잘못 이해한 경우로 보입니다. 동법 제76조의3 제3항에서는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조사 기간 동안의 분리를 위한 근무 장소의 변경은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그가 원하는 경우에 실시할 수 있으나, 행위자로 지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행위자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는 것은 법률상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나아가 행위자가 2차 가해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거나 당장 행위자를 분리하지 않을 경우 조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업무상의 필요성이나 근로자가 입은 생활상의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참고).
한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인지 여부는 분리 조치가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업무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하는바(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업무 매뉴얼 참조), 행위자에게 분리조치를 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분리조치 자체가 회사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로 지목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행위자에 대한 인사조치(대기발령, 전보배치 등)의 형태로 분리조치를 취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 내부의 사건 처리 지침상 조사 기간 중 행위자로 지목된 자에 대하여 인사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근로자등이 원할 경우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동 기간 중 인사조치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대응 요령과 방식을 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상황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위 사례 이외에도 실무상 조사 과정 또는 조사 이후 처리 절차에서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처리 제도 설계에 대하여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백준기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