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하한가 이면엔…거래량 적은 가치주 노린 신종 '빚투 폰지'

금융당국은 뒷북 조사
사진=한경DB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집중되며 24일 하한가를 기록했던 종목들이 25일에도 다시 하한가로 직행했다. 전 거래일 대비 30% 낮은 하한가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지만 매수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종목은 지난 1~2년간 주가가 별다른 호재 없이 최대 20배 가까이 급등했다. 거래량이 적은 우량주를 노리는 ‘다단계식 주가조작’이 이뤄졌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날 삼천리는 전 거래일에 이어 이날도 하한가(-29.99%)로 마감했다. 세방,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선광, 대성홀딩스도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들 종목과 함께 전날 하한가를 기록했던 하림지주와 다올투자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3.13%, 9.92% 하락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날 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나오며 주가가 급락하자 이들 종목을 신용으로 투자한 개인 투자자 계좌에서도 반대매매가 나오며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8개 종목은 유동 주식이 거의 없는 자산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등의 도시가스 업체들은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대표적 가치주로 꼽혔다. 다우데이타, 선광, 세방 등 중소형 지주사도 가치투자자들의 관심 종목으로 오르내리던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지난 1~3년간 별다른 호재 없이 주가가 5~20배 올랐다. 2020년 1만원에 거래되던 선광은 지난 21일 17만원을 돌파하며 17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성홀딩스 19배 올랐다. 작년 초 10만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삼천리도 이달 52만원을 돌파하며 5배 올랐다.

증권업계는 다단계로 투자자를 모집해 CFD계좌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신종 주가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CFD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차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한다. 40%의 증거금으로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주가조작 세력은 거래량이 없는 주식을 소량으로 장기간 매집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의사, 고액자산가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해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거래가 거의 없던 8개 종목은 1~2년 전부터 ‘금융투자’로 매수세가 잡히며 상승을 시작했다. CFD계좌는 금융투자로 거래 실적이 잡힌다. 금융투자 순매수액이 하루에 많아야 1억원 수준이던 삼천리는 작년 3월부터 평소의 10배가 넘는 매수세가 들어왔다. 대성홀딩스와 선광은 2021년 12월, 세방과 다우데이타는 작년 하반기 들어 연속적인 매수세가 들어왔다.

이들 종목은 급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들의 신용잔액 비중이 7~15%에 달하고, 고점 대비 주가가 50%가량 빠진 상태에서도 거래가 거의 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6개 종목의 미체결 하한가 물량은 8000억원에 달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한가가 풀리지 않은 종목은 26일에도 급락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가 급락에도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등 도시가스 관련주는 하한가를 몇 번 더 맞아도 주가가 과열 상태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같은 도시가스업을 하면서 매출 규모가 비슷한 인천도시가스와 경동도시가스 시총이 1100억~1200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올 들어 폭등한 중소형주 가운데 주가 조작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