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항공권 취소했더니…'청천벽력' 같은 답변 돌아왔다

해외여행 늘면서 관련 소비자 상담 '급증'
해외 OTA '키위닷컴' 환불불가 피해주의보
사진=연합뉴스
# 올해 9월 괌 여행을 계획 중인 A씨는 지난달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찾은 해외 온라인 여행사(OTA) '키위닷컴'에서 인천~괌 왕복 항공권 2매를 196만원에 구입했다. 다음날 개인 사정으로 구매를 취소하려 했으나 키위닷컴은 특정 기간 내 사용 가능한 적립금으로 10유로(약 1만5000원)만 지급했다.

A씨가 나머지 금액 환불을 문의하자 키위닷컴은 상품 판매 페이지와 약관에 '환불 불가'를 사전 안내한 점을 들어 추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이처럼 여행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과 함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커진 여행비용 부담을 줄이려다 오히려 피해를 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항공권과 숙박 등예약 시 거래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OTA '키위닷컴' 주의보…소비자 상담 급증

사진=연합뉴스
올해 들어 해외 OTA 키위닷컴 관련 소비자 상담이 크게 늘면서 한국소비자원은 주의를 당부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25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키위닷컴 관련 피해 사례는 95건으로 지난해 1분기(7건)의 10배가 넘었다. 지난해 4분기(46건)보다도 급증했다.

올해 1분기 접수된 상담 95건 대부분이 A씨와 같이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89건·93.8%) 사례였다. 키위닷컴이 판매 페이지에 ‘자발적 취소 시 환불 불가’ 조건을 표기했다는 점을 들어 환불을 거부했고, 적립금 10유로만 지급됐다는 내용이 골자다.해당 약관에 따르면 소비자는 개별 항공권 환불 규정에 의해 환불받을 수 있는 금액인 전액 또는 취소수수료 공제 후 잔액이 아닌 10유로 적립금만 돌려받게 돼 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은 "약관에는 소비자가 10유로의 적립금 지급을 요구하지 않고, 직접 항공사에 취소·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지만 항공사는 구입처를 거쳐서만 취소·환불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통한 해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소비자원은 지난해 키위닷컴 등 8개 해외 OTA에 약관 개선을 권고했으나 키위닷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아메리칸항공 등 4개 항공사는 키위닷컴에서 자사 항공권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소비자원은 "키위닷컴 관련 소비자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이곳에서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자발적 취소 시 환불이 어려운 점을 인지하고 가격뿐 아니라 거래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증하는 여행 수요…소비자 상담 늘어

사진=뉴스1
지난해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출국자 수는 655만4031명으로 전년보다 436.1% 폭증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같은해 4분기부터 단거리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해외여행 급증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여행·레저 서비스 상위 애플리케이션(앱) 6곳의 결제 추정금액 합계는 3조17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6% 급증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행 관련 해외 직접 거래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도 덩달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문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상담 중 항공권·항공서비스 관련 상담 건수는 4117건으로 전년 대비 92.3% 급증했다. 상세 품목이 확인된 상담(1만6105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제 숙박 관련 상담 건수도 1278건 접수돼 7.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돼 해외 직접거래 중 서비스 직접구매 관련 상담은 전년 대비 86.1% 뛰는 등 증가율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