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아침 주나요?" 문의 폭주…'조식 서비스'의 이면

'조식 제공 아파트' 강남·마용성만 몰린 이유

식사 제공 서비스, 입주민 만족도 높고 수요 높지만
"조리시설, 수익성 등 감안하면 쉽지 않아"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서비스…여의도 첫 조식 아파트 등장
방송인 미자가 거주중인 아파트의 조식을 공개했다. 사진=미자 인스타그램
결혼을 앞둔 박모씨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계획했지만 번번이 계획이 무산됐다.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 준비를 하려다보니 주말에 짬을 내기 어려웠고 일찍 결혼한 친구의 둘째가 아직 어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결혼한 친구가 "우리 아파트에서 놀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엉뚱한 소리라고 웃어 넘겼지만, 아파트 게스트하우스를 빌려 맘 편하게 밤새 수다를 떨었다. 다음 날에는 아파트 1층 카페테리어에서 조식을 먹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애들 있는 집에 어떻게 몰려 가냐고 생각했는데, 게스트하우스에 조식까지 먹고 나니 도심속 작은 호텔에 온 것 같았다"며 "신혼 집은 이미 구했지만, 다음에 이사를 하게 되면 아침식사가 나오는 아파트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입주민 만족도 높지만…구축은 어려워"

호텔처럼 조식을 주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고급 주상복합이나 강남 대규모 아파트에만 제공됐지만, 이제는 다양한 형태로 곳곳에서 조식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박씨가 하루를 지냈던 아파트는 강북에 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로 2019년 준공됐다. 전용면적 59㎡의 소형이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아파트지만, 2021년 관리업체가 조식을 제공하면서 지역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식비용은 관리비에 합산해 나온다.

아파트의 조식서비스를 찾는 이유는 뭘까. 가족의 소규모화와 맞벌이가 가장 큰 요인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원인도 있다. 나홀로 식사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진 탓도 있다. 일반적인 식당에는 누군가와 함께 가서 주문을 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조식은 홀로 내려가서 밥을 먹으면 그만이다. 이 밖에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렇다보니 연예인들도 조식자랑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한다. 지난해 개그맨 김태현과 결혼한 방송인 미자는 '아파트 조식'이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아침 식사 사진을 공했다. 용산의 신축 아파트로 알려진 신혼집이다. '밥을 할일이 없다'거나 메뉴를 소개하면서 부러움을 받고 있다.이처럼 서비스가 확산됐다고는 하지만, 신선한 조식은 주로 신축 아파트에서만 즐길 수 있다. 바로 조리시설 때문이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부근에 가스, 물, 소방시설 등이 완비된 시설이 필요하다. 기존 아파트에는 이러한 설비들을 새로 넣으려면 비용이 필요한 뿐더러 공간을 빼기도 어렵다.

조리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배치가 필요하고, 인건비 등을 감당하려면 이용률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구축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조식 수요를 예측하고 가늠하기 어렵다. 신축이라고 하더라도 이용률이 낮다보면 폐관되기도 한다. 경기도에 있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조식서비스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상가로 용도를 전환했다.

강남권 일부 아파트에서 즉석 조리된 조식이 아니라 '조식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조리시설+식사공간+수익성' 등 3가지를 충족하기 까다로워서다. 조리시설이 없을 때에는 아침식사를 외부에서 조달해 커뮤니티 식당이나 집으로 배달을 해주기도 한다. 조식서비스 외에 조리된 도시락을 집으로 배달하는 것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다.

조식서비스, 강남권·마용성만 몰린 이유 있었네

신축 아파트라도 이러한 설계를 무조건 넣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아파트가 공급되다보니, 이러한 여유공간은 조합원의 수익성과도 연결된다.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같이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의 정비사업에 조식 아파트가 몰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 아파트에서 조식 아파트가 거의 없는 것도 이러한 조합의 수익성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시행사나 디벨로퍼가 따로 있는 경우는 다르다. 사업 시행자의 의지만 있다면 조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대표적으로 '트리마제'가 있다. 아파트 설계부터 조식서비스를 고려한 키친이 마련됐고, 밖의 풍경을 보면서 식사가 가능한 공감도 빼놨다. 트리마제는 이후에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롤모델이 됐다. 지방에서는 드물게 조식을 주는 아파트는 천안의 '펜타포트'가 있다. 최고 66층의 대형면적으로만 이뤄진 단지로 조성되면서 입주민을 위한 서비스로 '조식'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 서울에서 공급하는 아파트 중 조식 서비스를 내세운 곳은 '브라이튼 여의도'가 있다. 옛 여의도 MBC 부지에 전용면적 84~132㎡의 총 454가구로 조성된다. 중대형으로 구성된 500가구도 안되는 아파트다. 하지만, 시행사인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의 의지로 서비스를 선택하게 됐다.브라이튼 여의도는 여의도 내에서 조식서비스가 가능한 첫 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당장 입주가 오는 10월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에는 재건축을 앞둔 낡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최근에 공급된 아파트는 '여의도 자이'로 18년 전이었다. 조식은 대기업 계열사의 식음료 업체가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관계자는 "조식서비스는 확정이 됐고, 중식이나 다른 식사서비스는 협의중에 있다"며 "여의도의 맞벌이 부부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4년 단기 민간임대주택이다보니 시행사가 선정한 관리업체를 통해 조식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분양 아파트가 입주민대표자회의를 통해 서비스의 유지여부를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그만큼 부담없이 이용하면 된다. 덧붙여 아파트에는 단지 내 상가로 ‘브라이튼 스퀘어’가 조성될 예정이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고청담, 프리미엄 중식당 신류, 캐주얼 다이닝 소이연남 등이 입점할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그만큼 가깝고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파트에서 조식서비스를 받기는 좀처럼 어렵지만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대치동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는 김모씨는 "(조식이) 없을 때는 몰랐는데, 있으니까 너무 편리하다"며 "무엇보다 아내와 서로 미안하거나 눈치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 아침에 공복으로 출근할 필요가 없고, 아이들 식사 챙기기도 수월하다보니 주말에는 서로 부담없이 외출한다"고 설명했다.서초동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문모씨는 "식당에서 보면 중·고교생들이 폰 보면서 혼자와서 밥 먹고 간다"며 "이 동네에서는 흔한 풍경이고 배달음식으로 대충 먹는 것 보다 낫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