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라면이라니" 충격…17억개 불티나게 팔렸다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17억개 팔린 마흔살 팔도비빔면
끊임 없는 변화로 지켜낸 ‘1위’

1984년 국내 최초의 ‘차가운’ 라면
39년간 17억개 팔려

젊은 소비자와 소통 활발
‘도시락’은 러시아서 인기

지난해 매출 5000억원 돌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원한 비빔국수를 빨리 만들어 먹을 순 없을까.’

국내 최초의 차가운 라면은 이렇게 시작됐다. 종합식품기업 팔도(당시 한국야쿠르트)는 비빔국수 조리법을 제품에 적용해 1984년 팔도비빔면을 만들었다. 끓는 물에 분말스프와 면을 넣어 만드는 뜨거운 라면이 익숙하던 시절, 면을 차가운 물에 헹궈서 액상스프에 비벼 먹는 팔도비빔면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다. 지난 39년간 17억개가 팔린 국내 대표 비빔면이다.
날이 더워질수록 수요가 부쩍 늘어나는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비빔면은 시장 점유율이 55%(닐슨데이터 기준)가 넘는 시장 강자다. 오뚜기 진비빔면(2020년 출시), 농심 배홍동(2021년)이 쫓아오고 있지만 팔도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마케팅을 이어가며 1위 자리를 수성한다는 방침이다.

불혹을 앞둔 팔도비빔면이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은 활발한 소통 덕분이다. 최초라는 역사를 강조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2016년에는 “팔도비빔면 한 개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 먹기엔 많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 비빔면 중량을 20%늘린 ‘팔도비빔면 1.2’를 선보였다. 한정 출시된 1000만 개는 50일 만에 완판됐다.2019년에는 ‘야민정음(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글자로 바꾸어 표기하는 것)’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명을 ‘팔도비빔면’에서 ‘괄도네넴띤’으로 바꿨다. 브랜드 이름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식품업계의 관행이지만 팔도는 이 마케팅으로 젊은 소비층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팔도 관계자는 “본인들이 즐겨쓰는 언어가 실제 제품에까지 반영된 것에 소비자들이 열광했다”며 “한정 출시 2개월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고 말했다.

팔도는 액상스프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소스 시장까지 진출했다. 2017년 팔도비빔면의 액상스프에 각종 양념을 더해 출시한 ‘팔도만능비빔장’은 작년 말 기준 누적 200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원재료를 갈아 만든 액상스프에는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발효기술과 미생물공학 기술이 적용됐다. 팔도는 1983년 한국야쿠르트의 라면 브랜드로 출발해 2012년 1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해외에서는 러시아 성적에 주목할 만하다. 1986년 출시한 국내 최초 사각용기라면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누리는 제품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은 2010년 이후 매년 10%이상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러시아를 사로잡은 비결은 현지화다.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선보였고 철도 이용객이 높은 것을 감안해 모든 제품에 포크를 동봉했다. 마요네즈를 즐기는 식습관을 반영해 2012년에는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했다.

제품 판매 호조로 팔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이 5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16.5% 증가한 56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