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133조 잃은 '이 은행'…주가도 반토막 '초비상'

주가 50% 폭락한 퍼스트리퍼블릭…백악관도 '초긴장'

퍼스트리퍼블릭, 美정부와 해결책 논의
SVB처럼 FDIC에 자산 넘기는 방안도 고려
퍼스트리퍼블릭 이미 '좀비은행'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중소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의 주가가 하루 새 5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은행 위기 공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국 4대 은행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재점화된 은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구제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이미 '좀비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49.87% 하락한 8.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7.92달러까지 떨어졌다. 퍼스트리블릭 주가는 올해 초 140달러대에 거래됐으나 93% 이상 빠져 역대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폭락은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1분기 '어닝쇼크'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1분기 말 기준 예금 잔액이 1045억달러로 전 분기(1766억달러)보다 41%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인 1450억달러에 못미친다. SVB 파산 사태 후 시장에선 퍼스트리퍼블릭의 유동성 위기설이 돌았는데 실제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지난달 JP모간체이스 등 대형 은행 11곳으로부터 지원받은 예치금 300억달러(약 40조원)를 고려하면 실제 감소액은 1000억달러가 넘는다.
사진=CNBC
퍼스트리퍼블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 및 대형은행들과 다시 접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백악관과 미 중앙은행(Fed), 재무부가 며칠간 퍼스트리퍼블릭과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 예금주들과 투자자들의 커지는 불안감을 잠재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이 검토하고 있는 옵션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번처럼 대형은행들에 다시 손을 벌려 지원금을 요청하거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은행을 넘기는 대신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방안이다. SVB가 후자의 방법을 통해 위기를 진화했다. 재무부는 이 보도와 관련해 답변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위기를 넘긴다고 해서 퍼스트리퍼블릭이 살아날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시장에서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산송장(Living Dead)'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도했고, 미국 자산운용사 언리미티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 은행을 '좀비 은행'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미국 4대 은행 주가도 하락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국의 은행권 위기가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미국 4대 은행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JP모간체이스(-2.17%), 뱅크오브아메리카(-3.09%), 씨티그룹(-2.3%), 웰스파고(-2.17%) 등 주가가 모두 내렸다. 한때 ‘스톡런’(증권계좌 자금 유출) 위기에 놓였던 미국 증권사 찰스슈와브는 3.93% 급락했다.

중소은행의 주가는 더 빠졌다. 중소 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 팩웨스트뱅코프는 각각 5.58%. 8.92% 주가가 내렸다. 미국 중소은행의 주가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KBW 나스닥 지방은행 지수는 4% 가량 하락했다. 이 여파로 이날 3대 지수도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1.02%, S&P 500지수는 1.58%, 나스닥지수는 1.98% 하락 마감했다.
3월 8일 이후 미국 중소은행 주가 추이. 자료=WSJ, 펙트셋
특히 이번 은행권 위기는 미국 Fed의 금리인상 결정 일주일을 앞두고 재점화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Fed는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이란 신호를 주고 있다. WSJ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다음 달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90%대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주가 폭락 사태 이후 70%대로 떨어졌다.

매튜 미쉬 UBS 전략가는 이날 투자 노트에서 "3월 은행 위기 이후 대출 둔화 속도가 우려스럽다"면서 "상업 및 산업 부문(C&I) 대출이 경기 침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하는 궤도에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행의 상업 및 산업 대출이 올해 4분기 약 5% 감소하고, 2024년 1분기에는 약 1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