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 패스트트랙' 민형배 복귀에…野 이상민 "부끄러운 짓"

안건조정위 무력화시키기 위해 탈당한 민형배
당헌당규 조건 채운 당일 복당 결정
이상민 "오물 뒤집어 쓴 느낌...기가 막혀"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꼼수 탈당 의혹’ 및 ‘재산 축소신고 의혹’으로 각각 탈당 및 제명된 민형배·김홍걸 의원을 복당시키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헌법재판소로부터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을 받고 이에 사과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된 절차의 주역인 민 의원을 당규 상 가능한 최단기간에 복당시키면서 당 안팎에서는 ”무책임한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규 상 최단기간'에 복당한 '검수완박 주역' 민형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나 “어제(25일) 중앙당 자격 심사위원회가 열려 민형배·김홍걸 의원의 복당을 심의 의결했고, 오늘 최고위에서는 이에 대해 보고 받고 의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자진 탈당했기 때문에 복당 조치가 마무리됐다. 반면 비례대표 신분인 김 의원은 제명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이후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민 의원은 작년 4월 26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법)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해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고자 했다.

안건조정위는 국회 다수당 소속 의원 3명과 소수당 의원 3명으로 구성되는데, 민주당 소속 박광온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로 넘어온 민 의원을 소수당 위원으로 선임했다. 이를 통해 안건조정위 의결 조건인 6명 중 4명을 확보한 민주당은 무사히 검수완박법을 본회의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정치권에서는 민 의원의 복당이 임기 종료를 앞둔 박홍근 원내대표의 ‘고별 선물’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7일로 임기를 마치는 박 원내대표가 후임 원내대표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고, 입법 과정에서 역할을 한 민 의원의 복당을 ‘책임졌다’는 설명이다.민 의원은 탈당 후 딱 1년만에 복당해 탈당 후 1년 뒤부터 복당심사를 허용하는 민주당 당헌·당규 상 최단기간 안에 당적을 되찾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헌법재판소는 민 의원의 탈당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며 “민주당과 민 의원은 앞으로 더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의정횔동에 매진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野 이상민 의원 "추악한 오물 뒤집어 쓴 느낌"

민 의원의 복당 결정에 여당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내 소장파인 이상민 의원은 “(민 의원의)꼼수탈당도 부끄러운 짓인데, 그를 복당시킨다니 기가 막힐 일”이라며 “의회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켰음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이)돈 봉투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박 원내대표가 민 의원을 복당시키기 위해 헌재의 판단을 곡해했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재판소는 민 의원이 민주당과 협의해 안건조정위의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을 탈당했다고 명백하게 꼼수 탈당을 지적했다”며 “민주당은 상식과 양심마저 내팽개치고 헌재의 판결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했다.

김 의원의 복당은 “민 의원의 복당을 위한 ‘끼워넣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재산신고에서 배우자 명의의 10억여원짜리 상가대지와 아파트 전세보증금 6억5000만원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은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100만원 이상 벌금형)은 회피했다.

당초 박성준 대변인은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났기 떄문에 심사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은 이후 기자단 공지를 통해 벌금형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호남 원조 친명' 민형배, 이재명 구원투수로 등판할까

민 의원의 복당은 ’사법 리스크‘로 위기에 몰린 이재명 대표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호남 의원 가운데 최초로 이 대표 지지를 선언하고 캠프에 합류한 이후 ’친이재명계’로 분류됐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 의원 대부분이 이낙연 전 대표 측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민 의원의 합류는 큰 화제였다. 이 대표의 기존 측근 그룹인 ‘7인회’와 묶어 ‘8인회‘로 부를 만큼 이 대표의 신임을 받고 있다.

민 의원과 김 의원이 복당에 성공하면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및 민주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 출신 무소속 의원으로는 양정숙, 윤미향, 양향자 의원 3명이 남게 됐다. 이 가운데 양향자 의원은 복당 신청을 철회했고, 양정숙 의원은 더불어시민당 공천 심사 과정에서 거짓 해명을 한 것이 밝혀져 당내 복당 여론이 미약한 것으로 전해졌다.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재와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비판과 조언을 겸허하게 듣고, 주권자 시민의 뜻을 더욱 잘 받들겠다“고 밝혔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