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구독자 170만명 돌파…해외서 난리 난 '한국 화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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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K-팝 여자 아이돌' 스타일 인기연한 핑크빛 립스틱을 바른 입술, 은은한 살굿빛 눈두덩이와 양 볼. 요즘 젊은 외국인 여성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K팝 아이돌 메이크업' 영상에서의 모습이다.
'한국식 메이크업 챌린지' 영상 올라와
"트렌디한 스타일 찾아가는 재미 느끼는 것"
전 세계적으로 블랙핑크, 아이브, 뉴진스 등 'K팝 여자 아이돌'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들이 주로 하는 '한국 아이돌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실제로 그들의 스타일을 닮고 싶다', '따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K팝 여자 아이돌의 화장법을 따라 하는 영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K팝 여자 아이돌의 메이크업 스타일을 따라 하는 등 'K-뷰티'에 대한 관심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선호 K-상품군'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군은 '의류 및 피혁류(30.8%)' 다음으로 '화장품 및 향수(30.0%)'가 2위를 차지했다. 국적 관계없이 화장품 등 상품선택 기준으로 우선 고려한 것 중 하나가 '한국적 상품(18.3%)'일 정도다.
한국에서 거주하며 한국 화장품을 사용해 후기를 전하는 블로거 나호프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식 메이크업만의 특징인 애교살을 강조해 청순함을 드러내는 메이크업을 즐긴다고 밝히며 "(최근에) 연한 분홍빛이 나는 애교살 라이너(한국 제품)를 구매했는데, 내 얼굴을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만들어줘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 '한국식 메이크업', '한국 아이돌 메이크업'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의 화장품 등을 이용해 해당 메이크업 챌린지를 선보이는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틱톡에서는 인기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의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영상들이 눈에 띈다. 얼굴에서 특정한 부위에, 과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아닌, 특유의 청순한 느낌 살린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것이다.한국식 메이크업은 '진하지 않은 이목구비 표현으로 개개인의 얼굴별 장점을 극대화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류모 씨(28)는 "미국인들은 음영을 확실하게 주는 '컨투어링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성숙해 보이고 고혹적이거나,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메이크업 방식이다"면서 "요즘 간간이 메이크업을 받으러 오는 외국인 손님들 말을 들어보면 한국의 여자 아이돌처럼 청순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게 더 예뻐 보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한국식 메이크업을 여러 차례 선보여 유튜브 스타가 된 사례도 있다. '한국식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으로 유명한 우크라이나계 러시아 모델이자 유튜버 다샤 타란은 "한국식 메이크업을 전수받은 뒤로 한국식 메이크업에 빠져들었다"며 화장하는 순서부터 방법 모두 한국인 뷰티 유튜버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한다. 한국식 화장법만으로 구독자 176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스타가 됐다.
베트남 하노이 출신의 한 뷰티 유튜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국식 화장법의 특징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려 외국인들 사이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 그는 "한국식 화장법의 특징은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인데, 즉 화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피부를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진하지 않게 눈 화장을 하고, 흰색 하이라이터를 아래에 발라 애교살을 강조해 주면 되고, 블러셔로 생기를 주면 어려 보이는 메이크업이 된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2월 한국방문위원회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의 K-뷰티 체험·홍보관 '뷰티플레이'에서 20~30대 외국인 여성 방한객들이 K-뷰티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월에는 주독일한국문화원이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K-뷰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한국식 화장법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K팝 여자 아이돌만의 메이크업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은, 단순히 K팝 콘텐츠의 인기가 아니라 한국 여자 아이돌의 메이크업 방식 등 'K-스타일'의 브랜드 가치를 선호하는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이 대세인 것도 있지만, SNS상에서 '나는 인종차별 의식이 없다', '열려있는 사람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목표도 있을 것"이라며 "K팝 여자 아이돌의 스타일은 최근 외국인들이 봤을 때도 '트렌디'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자신도 그것을 따라 하고 보여주며 SNS상에서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SNS, 유튜브 등이 워낙 발달해있어 트렌디한 스타일을 검색하다가 한국 아이돌 사진이나 영상 등을 접하면 그들이 하고 나온 메이크업을 보며 '예뻐 보인다'는 시선을 가질 것"이라며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그간 해보지 못했던 스타일을 자신에게 입혀가며 트렌디한 스타일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메이크업을 따라 하고 하는 문화를 낯설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 아이돌만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