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20세기…과학사의 결정적 장면들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휘어진 시대' 출간

20세기는 과학사에서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양자역학이 나와 뉴턴의 역학 체제를 단번에 뛰어넘었고,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한 상대성 이론이 등장했다.

또 원자 폭탄이 개발되고, DNA 구조가 밝혀지는 등 거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처럼 수많은 발전을 이룩한 20세기 과학사를 조명한 묵직한 책이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끈다.
존 에이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과학기술학과 교수의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뿌리와이파리)는 과학을 비단 과학자의 영역으로만 국한해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저자는 과학자의 호기심과 의욕에 의해서만 과학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전쟁과 행정, 시장의 요청이라는 현실, 즉 '실행세계'(Working world)가 과학의 발전을 추동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과학이라는 응용세계의 불빛 뒤에는 실행세계라는 인간사의 풍경이 있다고 설명한다. 현실적 요구(실행세계)가 지난 100년 동안 과학(응용세계)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실행세계는 운송과 통신, 전력과 같은 현대 사회의 필수적 요소뿐 아니라 국가행정, 군사력 등 국가 유지와 관련된 기능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행 세계의 이 같은 요구가 때로는 식민지 시대의 착취나 군비 경쟁, 환경과 인권, 국가 권력이나 기업의 횡포를 낳기도 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시기 과학은 "산업, 경제, 그리고 국가적·국제적 경쟁과 전례 없이 뒤얽혔다"고 말한다.

책은 새로운 물리학의 태동부터 민간의 부에 의존한 미국의 과학, 독일 나치의 과학, 양차 세계대전, 냉전과 우주 경쟁 등을 폭넓게 다루며 20세기 과학사를 그야말로 집대성했다.

특히 냉전 시대에 대한 묘사는 주목해서 볼만하다.

저자는 냉전 종식 후 30여년 동안 기밀 해제된 사료들에 근거해 새로운 과학사 연구를 책에 담았다.

저자는 냉전 시기 군사적 요구가 동시대 과학자들의 정신상태와 연구 활동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말한다.
남영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가 쓴 '휘어진 시대'(궁리)는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보다 대중적인 책이다.

남 교수가 한양대에서 수업한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내용을 토대로 썼기에 좀 더 읽기가 수월하다.

저자는 인물을 중심으로 20세기 과학의 발전 과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19세기까지의 과학이 직선적이고 입자적이며 단절되고 메마른 느낌이었다면 20세기의 과학은 우아한 곡선으로 파동치며 상호작용하는 '휘어진' 모습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휘어진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현대 과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한다.

책은 총 6부, 모두 3권으로 이뤄졌다.

1권은 1896~1919년, 2권은 1920~1939년, 3권은 1939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1~3부까지 책의 전반부가 과학자들의 이야기, 과학 내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나머지 후반부는 과학이 공학·산업과 융합되며 점차 괴물 같은 규모의 '거대과학'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 20세기, 그 너머의 과학사 = 김명진·김동광 옮김. 848쪽.
▲ 휘어진 시대 1,2,3 = 1권 412쪽, 2권 460쪽, 3권 48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