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000m 산 정상도 휠체어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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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무장애 관광지'계산성당과 약령시 등이 있는 대구 도심의 근대골목을 걷다 보면 5~10분마다 장애인용 화장실을 만난다.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 등 100년이 넘은 고택 대문에는 일반 한옥과 달리 단차(段差·높낮이의 차)가 없다. 한옥 건물인 계산예가 전시관과 100년 고택을 개조한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은 마당에서 안채로 들어가기 위해 올라야 하는 돌계단 옆에 휠체어 전용 리프트와 경사로가 마련돼 있다.
올해도 20곳 추가 선정
강릉 연곡·대구 비슬산 등
곳곳에 데크길·리프트 설치
장애인 친화적인 ‘열린 관광지’가 대구 근대골목을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전국 112개 관광지가 무장애(배리어 프리)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올해도 20개 관광지가 추가 선정됐다.지난해 3월 정식 개장한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캠핑장의 작년 장애인 이용객은 381명으로 전체의 52%에 달했다. 국내 장애인구 비율(5%)을 고려했을 때 매우 높은 이용률이란 게 관광공사의 설명이다. 장애인에게 높은 접근 장벽을 낮추기 위해 국내 최초로 휠체어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덕분이다.
산 정상을 휠체어로 오를 수 있는 곳도 있다. 해발 1084m의 대구 비슬산은 산 정상의 참꽃 군락지까지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데크 길이 조성됐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휠체어 리프트가 탑재된 전용 차량도 운영한다. 국내에서 휠체어로 정상 등반이 가능한 유일한 산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5년부터 추진한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의 ‘자연 지역 접근성 및 포용적 관광 개발’ 우수 사례로 선정됐고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가 개최한 ‘골드 어워즈’의 ‘모두를 위한 여행’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많다. 대표적 무장애 관광 도시로 꼽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 관광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건축물 내부를 대부분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애인 접근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온·오프라인으로 상세히 안내한다.
관광명소가 밀집한 고딕지구에선 휠체어 등 보행보조기구 사용자 또는 고령자가 ‘이지 워킹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전문 가이드가 이동이 쉬운 경로만을 골라 동행하는 관광 프로그램이다.
유관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집행할 관광지 조성 정부 예산은 총 50억원이다. 관광지 조성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2억5000만원씩 5 대 5 비율로 마련한다.조성할 수 있는 관광지가 25개에 불과할뿐더러 지자체 의지가 없으면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조용만 문체부 2차관은 “장애인의 관광 환경이 좋아진다는 말은 모든 사람의 관광 환경이 좋아진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며 “열린 관광지를 통해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누구나 여행의 매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