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안해도 의대 갈 수 있을까…"실질적으로는 불리할 듯"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미적분'을 선택하지 않고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까.

2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자연계열 지원자에게 수능 선택과목 제한을 두지 않는 대학이 늘면서 이른바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는 의대가 10곳으로 늘었다. 전국 39개 의대 중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양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가톨릭관동대, 순천향대 등이다.

그동안 의학계열을 모집하는 대부분의 대학은 수학영역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고 탐구영역은 과학탐구를 응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 때문에 수학영역 확률과 통계, 사회탐구영역을 주로 선택해온 이른바 '문과' 수험생은 의대에 지원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제 그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다만 2025학년도부터 일부 의대에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문과생이 실제로 합격하기까지는 여전히 장애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확률과 통계보다 높았던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표준점수는 자신의 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주는데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원점수 만점자의 점수(표준점수 최고점)는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학영역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 확률과 통계는 144점으로 3점 차이가 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문제를 다 맞아도 선택과목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기존처럼 미적분·기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치열하게 진학 경쟁을 벌이는 의대의 경우 작은 점수 차로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입시업계의 견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수학으로는 이과 지원시 여전히 불리한 구도"라며 "문과 학생 중 최상위권에서 중상위권대까지 이과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탐구영역의 경우 유불리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임 대표는 "탐구영역에서 사·과탐 지정을 없애는 것은 문과생들이 이과 지원을 할 때 유리한 지점으로 보인다"며 "문과 학생들은 수학만 이과 수학+사회탐구를 치르는 패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보통 과탐이 사탐보다 난도가 높아 표준점수가 높게 나온다"며 "작년(2023학년도)은 사탐이 어렵게 나와서 크게 점수 차이가 없었지만 앞으로 과탐이 다시 어렵게 나온다면 과탐을 선택한 학생이 의대 입시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과탐에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더라도 이미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과탐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웨이에 따르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최고점은 과탐이 2022학년도에 6점(윤리와사상·사회문화 68점, 지구과학 74점), 2023학년도에 1점(정치와법 74점, 화학 75점) 높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