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전력공사 전 대표, '부패 정치인' 명단 공개 거부

의회 특위 화상연결…"월 피해액 10억랜드 보수적 추정치"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전력공사 에스콤의 전 대표가 26일(현지시간) 부패 연루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들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안드레 드 루이터 에스콤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의회 특별위원회에서 에스콤의 부패와 연루된 정치인들의 이름을 밝히라는 의원들의 요청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화상 연결로 의회 특위에 참석한 그는 "명단을 이미 경찰과 국가정보기관에 보고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름과 세부 사항을 밝히는 것은 진행 중인 수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월 21일 현지 eNCA 방송이 방영한 비리 폭로 인터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드 루이터는 당시 인터뷰에서 에스콤에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고위 정치인들이 연루된 부패가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과 정부의 최고위층 인사들은 에스콤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패와 에스콤이 ANC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달 약 10억 랜드(약 5천500만 달러·736억 원)가 에스콤에서 도난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 루이터는 이 인터뷰 방영 직후 수 시간 만에 전격 해임됐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사의를 표명한 그는 애초 후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3월 말까지 CEO 직책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한편 드 루이터는 이날 의회 특위에 제출한 문서에서 지난 2월 인터뷰에서 언급한 10억 랜드는 "보수적 추정치"라며 월 피해액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남아공에서는 고질적인 전력난이 최근 더욱 악화하면서 하루 6∼12시간의 단전을 감당해야 하는 순환단전(로드셰딩)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남아공 전력의 90%를 공급하는 에스콤의 각종 부패 의혹은 전력난 해결의 발목을 잡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