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지역은행發 우려 속 혼조…다우 0.68%↓마감

뉴욕증시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 호조에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혼조세를 보였다.

26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8.96포인트(0.68%) 하락한 33,301.8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5.64포인트(0.38%) 떨어진 4,055.9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5.19포인트(0.47%) 오른 11,854.35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사태 등을 주시했다.

전날 시장을 짓눌렀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또다시 30%가량 폭락했다. 퍼스트 리퍼블릭의 주가 폭락에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공포가 재점화됐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 리퍼블릭이 모색 중인 민간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퍼스트 리퍼블릭의 평가 등급을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경우 연준의 재할인창구와 지난달 시행한 비상 대출 창구의 이용에 제한이 가해진다. 또 다른 지역은행인 팩웨스트 은행은 1분기에 예금이 272억달러(16%)가량 줄어든 이후, 3월 20일 이후 18억달러가량의 예금이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5% 이상 올랐다.

이번 은행 사태가 다른 은행들로 전이되진 않더라도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됐다.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어서다.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0.6% 상승했다.

개장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를 일부 개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을 발표했다.

특히 애저(클라우드) 부문 매출 증가율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 호조는 경쟁사인 아마존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MS와 아마존의 주가는 각각 7%, 2%가량 올랐다.

아마존은 이날부터 인사팀과 클라우드 부문 감원을 시작했다.

엔비디아 주가도 MS가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 지출을 늘렸다는 소식에 2% 이상 올랐다.

다만 영국 경쟁 당국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반대하고 나섰다는 소식에 블리자드의 주가가 11% 이상 하락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을 발표했다.

다만 지난 20년간 빠른 성장세를 구가해온 알파벳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기업들의 광고 지출 감소로 성장률이 낮은 한 자릿수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알파벳의 주가는 0.1%가량 하락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보잉의 주가는 0.4% 오르는 데 그쳤다.

회사의 순손실은 시장의 예상보다 컸으나,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고 회사가 737맥스의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밝힌 점이 낙폭을 제한했다.

S&P500지수 내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으며, 유틸리티, 산업, 헬스, 에너지, 자재(소재) 관련주가 1% 이상 하락했다.

멕시코 음식 체인 치포틀레의 주가는 예상치를 웃돈 실적 발표에 13% 이상 올랐다.

태양광업체 인페이즈 에너지의 주가는 실망스러운 2분기 매출 가이던스에 25% 급락했다.

테슬라는 제프리스가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하고 목표가를 230달러에서 185달러로 내렸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4% 이상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긍정적이었다.

3월 내구재(3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수주는 전월보다 3.2% 증가한 2천764억달러로 석 달 만에 증가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0.5% 증가를 웃돌았을 뿐만 아니라 전월 수정치인 1.2%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의 3월 상품 수지 적자는 전월보다 74억달러(8.1%) 감소한 84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기술기업들의 실적 호조에도 여전히 은행 위기에 따른 유동성 위축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BMO의 영-유-마 최고 투자 전략가는 기술 기업들의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위안을 줄 수는 있지만, 중앙은행 정책의 단기 역풍으로 주가지수를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CNBC에 출연해 퍼스트 리퍼블릭의 대규모 예금 인출과 UPS의 수요 약화를 지적하며, 이는 경제에 유동성 축소와 소비 둔화를 시사한다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1주일 앞두고 이러한 고통은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합"이라고 말했다.

포트 피트 캐피털 그룹의 댄 아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에 "퍼스트 리퍼블릭을 둘러싼 문제는 확실히 우리가 아직 숲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라며 다만 다른 은행에서 그러한 규모의 자금 유출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퍼스트 리퍼블릭의 경우는 이례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2.1%에 달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27.9%를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0.08포인트(0.43%) 오른 18.84를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