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JP모건에 러시아 농산물 거래 대금 결제 허용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은행 간 거래 허용
러시아가 전쟁으로 국제결제망서 퇴출된 뒤 처음
미국 정부가 투자은행(IB) JP모건에 러시아 은행과의 거래를 허용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농산물 거래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계기로 자국 은행의 국제결제망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JP모건에 러시아의 곡물 거래 대금을 지급하는 데 허가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된 뒤 양국 은행의 결제가 공식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JP모건은 이번 달에도 러시아 은행에 대금 지급을 했다. 러시아 곡물 수출 건과 관련한 거래였다. 미 재무부는 JP모건에 '매우 제한적이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러시아 국영 로스셀호스 벙커(러시아 농업은행)와 은행 간 거래를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도 JP모건이 러시아 농업은행에 대한 지급결제를 처리했다고 확인했다. 파란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이날 "이달 초 JP모건과 러시아의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거래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을 대체하는 거래는 아니라고 분석했다.미국, 유럽 등 서방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은행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국제 은행 간 송금망인 SWIFT에서도 퇴출했다. 미국의 특별지정 제재 대상에 오르면 은행 간 거래를 포함한 외화 송금이 금지된다.

러시아는 지금껏 '흑해 곡물 협정' 연장 협상을 펼치며 러시아 농업은행의 SWIFT 복귀 등을 요구해왔다.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의 해상 봉쇄로 막혔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협상을 벌여 지난해 7월부터 식량 수출을 재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신들의 곡물과 비료 수출도 활성화해준다는 협정 내용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제재로 여전히 수출이 제약받는다고 불만을 나타내왔다.러시아는 지난해 협정 체결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도 흑해를 통해 원활하게 수출될 수 있도록 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흑해 곡물 협정을 빌미로 SWIFT에 재가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자국 선박의 각국 항구 접근권과 파이프라인을 통한 암모니아 비료 수출 재개, 러시아 농업 기업 자산 동결 해제 등을 촉구하는 중이다. 겐나디 가틸로프 유엔 주재 러시아 특사는 "(러시아가) 필요한 것은 사례별 거래가 아니라 농업 은행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