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단 공공사업도 손대…"일방적 공사 중단"

'건축왕' 측근 운영 건설사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받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이 아파트·빌라 건축 외에 공공부문 사업에도 손을 댔다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27일 인천시 동구 등에 따르면 구는 2021년 9월 송림오거리 일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총사업비 32억원을 들여 송림지하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노후한 지하도를 북카페, 탁구장, 춤 연습장, 승강기 등을 갖춘 주민 편의시설로 새롭게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동구는 당시 인천의 모 종합건설업체와 17억원 상당의 공사 계약을 맺었는데 이 업체 대표는 다름 아닌 '건축왕' A(61)씨의 지인 B씨로 알려졌다.B씨는 이번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 피의자로 입건돼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B씨 업체는 공사 기간을 약 7개월로 잡고 2022년 4월 준공을 목표로 토목과 건축 공정을 일부 진행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사업 기한을 지키지 못하다가 지난해 6월께 돌연 공사를 중단했다.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건축왕 일당이 보유한 집이 세금 체납 등에 따라 압류되고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건설사 측이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하고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처분은 부정당업자에 대해 2년 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입찰에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다.아울러 동구는 공사비 정산 과정에서 선금 7억원 중 1억8천만원과 계약금 1억3천만원 등 3억1천만원 상당의 금액을 환수 조치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이어진 공사로 인해 지하도 통행이 장기간 제한되면서 불편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송림오거리에 오가는 주민들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지하도 대신 지상 횡단보도를 찾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동구는 지난해 새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올해 7월 준공을 목표로 송림지하도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동구 관계자는 "B씨 업체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해 공사를 재개하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다"면서 "좀처럼 시정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추홀구에서는 지난해 공사가 돌연 중단돼 입주 예정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주상복합의 건축주가 A씨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민간임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합쳐진 이 주상복합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20층에 194세대 규모로 지난해 4월 준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설사 측은 지난해 자금난 등을 이유로 공사를 멈춘 뒤 입주를 계속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최근까지 건축업자 A씨 일당 61명의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388억원이며 피해자 수는 481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