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테마주?…"사료주 투자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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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사료, 지정학 위기 부각될 때마다 급등 후 하락한일사료의 주가가 출렁였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할 것이라며 위협하자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 탓이다. 하지만 곡물 가격이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자 주가는 급락했다. 한일사료 등 사료주에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 가능성 커지며 또 주목
지난해 곡물가 올랐지만…한일사료 적자 전환
전문가 "흑해협정, 곡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일사료의 주가는 1000원(14.64%) 하락한 5830원에 마감했다. 사흘만에 6000원선이 붕괴됐다. 전날까지 한일사료의 주가는 일주일간 60% 넘게 올라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순식간에 밀려났다.
한일사료, 곡물 가격 인상 기대감에 폭등한 후 급락
한일사료는 지난 20, 21, 24일 3거래일 연속으로 10% 넘게 올랐다. 26일엔 18% 넘게 올라 7000원대를 목전에 뒀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한일사료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는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등 3단계로 나눠 시장 경보를 발령한다.한일사료에 투자자의 관심이 몰린건 흑해곡물협정 때문이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중단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지난해 7월 체결됐다. 협정 기한은 작년 11월 한차례 연장됐고, 지난달 재연장됐다.최근 러시아는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위협해 왔다. 게나디 가틸로프 제네바 유엔사무소 주재 러시아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수출 장애물을 제거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진전이 없다면 협정은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발효중인 협정의 기한은 내달 18일까지다.이후 해당 협정이 파기돼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막히면 곡물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서 힘을 얻었다. 한일사료는 옥수수 등 사료원료를 수입해 사용하는데, 원가가 오르면 판가도 덩달아 올라 수익성이 제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일 거래량도 급등했다. 지난 19일 한일사료 주식의 일일 거래대금은 36억원에 불과했다. 20일 거래대금은 153억원이었는데, 하루만에 4배 이상 뛴 것이다. 거래대금은 지난 26일 35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한일사료의 주식을 순매수한 건 개인투자자다. 거래량이 급등한 20일부터 전날까지 개인은 3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가 폭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정학 위기 부각→곡물 가격 상승 기대감→주가 급등→단기간에 하락 패턴 반복
문제는 이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되면 한일사료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폭락하는 극심한 변동세를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창기인 작년 4월, 한일사료는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원 선을 돌파했다. 당시에도 곡물가가 올라 한일사료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영향을 줬다.하지만 폭등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거래정지 조치가 해제된 후 주가는 3거래일간 31% 급락했다. 7월엔 5000원대로 추락해 고점(1만5850원) 대비 3분의 1토막 났다. 연말엔 4400원대까지 밀려 고점 대비 72% 하락했다. 당시 상한가가 이어지는 동안 개인들이 순매수했기 때문에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결정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오히려 한일사료의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지난해 한일사료은 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141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한일사료 측은 "상품 원가가 국내 시장가격보다 크게 올라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 판가가 올라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일부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흑해곡물협정이 곡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작황이 더 큰 변수라는 이유에서다. 고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곡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의 파종, 공급 상황이 중요하다"며 "만약 협정이 파기되더라도 단기적인 리스크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