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이 사라진 미성년 이민자들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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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찾은 '토리와 로키타' 감독 다르덴 형제영화계에선 형제 감독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코엔 형제, 루소 형제 등이 그렇고,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1895)을 만든 뤼미에르 형제부터 그랬다. 오늘날의 대표적인 형제 감독으로는 다르덴 형제가 꼽힌다. 이들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거장 감독이다.
사회 문제들 영화로 만들어
황금종려상 두 번 받은 감독
개막작으로 선정돼 첫 내한
영화제는 다음 달 6일까지
총 42개국서 247편 공개
형 장 피에르 다르덴(72) 감독, 동생 뤽 다르덴(69) 감독이 함께 27일 한국을 처음 찾았다. 다르덴 형제는 이날 개막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에 처음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한국에 유명한 영화감독이 많아서 한국을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다르덴 형제는 ‘로제타’ ‘더 차일드’ ‘내일을 위한 시간’ ‘언노운 걸’ ‘소년 아메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를 만들어왔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날카로운 시선과 탁월한 통찰력으로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알코올 중독 어머니와 살아가는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로제타’가 2019년 개봉한 직후 벨기에에선 저소득 청년층을 돕는 ‘로제타 플랜’이 실시됐다.다르덴 형제의 첫 내한은 신작 ‘토리와 로키타’가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이뤄졌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어린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다.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이민자 토리(파브로 실스)와 로키타(졸리 음분드)는 벨기에 체류증을 얻어 함께 살고자 한다.하지만 이민자들인 이들에겐 그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보낼 돈도 마약 운반을 통해서나 벌 수 있고, 그렇게 번 돈조차 밀입국 브로커에게 모조리 빼앗기고 만다. 그러다 체류증을 받는 게 더욱 어려워지자, 이들은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장 피에르 다르덴은 “수많은 미성년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온 뒤 알게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현대 사회에서 어린아이들이 음성적으로 사라져 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뤽 다르덴은 “관객들이 토리와 로키타를 보며 이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이민자들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시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는 다음달 6일까지 열흘간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대장정을 펼친다. 올해 상영작은 한국을 포함해 42개국 영화 247편에 달한다. 폐막작은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로, 배우 박하선·김남희가 출연한다. 한국 영화가 폐막작으로 선정된 건 7년 만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