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장내 미생물 약으로 암·뇌질환 치료한다

美 FDA, 경구용치료제 첫 승인
유익·유해균 균형 유지가 핵심
지놈앤컴퍼니·CJ바사 등 진출
사람의 장 속에 사는 미생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치료제를 승인하면서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FDA는 미국 세레스테라퓨틱스의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보스트’를 허가했다. FDA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경구용 치료제를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을 맞춰주는 게 핵심이다. 각종 균이 이뤄놓은 생태계가 파괴되면 단순히 장이 아픈 게 아니라 대사, 면역 등 기본적인 인체 생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CDI도 항생제 과다 복용으로 유익균이 줄어 생기는 질병이다. 학계에서는 인간의 질병 중 90%가 미생물 생태계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질환은 물론 암,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이번 승인은 연구실 단계에 머물던 마이크로바이옴이 약이 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풀리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이번 FDA의 승인을 계기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아직 임상 단계이긴 하지만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GEN-001’을 개발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 위암 대상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건선 치료제(KBL697)를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과 호주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선두 기업인 영국 4D파마의 후보물질을 모두 인수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