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개 팔린 팔도비빔면…끊임없는 소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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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新전성시대 (6)‘시원한 비빔국수를 빨리,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순 없을까.’
후발주자 공세에도 점유율 55%
중량 늘리고 액상스프 별도 출시
소비자의 다양한 의견 적극 반영
한국 최초의 차가운 라면은 이렇게 시작됐다. hy(옛 한국야쿠르트)그룹 지주사인 종합식품기업 팔도는 비빔국수 조리법을 적용해 1984년 ‘팔도비빔면’을 만들었다. 끓는 물에 분말스프와 면을 넣는 조리법밖에 없던 시절, 면을 찬물에 헹궈 액상스프에 비벼 먹는 팔도비빔면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다.팔도비빔면은 지난 39년간 17억 개가 팔린 국내 대표 비빔면이다. 날이 더워질수록 수요가 부쩍 늘어나는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비빔면은 점유율이 55%(닐슨데이터 기준)에 달하는 절대 강자다. 오뚜기 ‘진비빔면(2020년 출시)’, 농심 ‘배홍동(2021년)’이 거센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소비자 취향을 적극 반영한 마케팅으로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불혹을 앞둔 팔도비빔면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건 소비자와의 활발한 소통 덕분이란 게 팔도의 자체 분석이다. 2016년에는 “한 개로는 양이 부족하고 두 개 먹기엔 많다”는 소비자 의견을 받아들여 중량을 20%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선보였다. 한정 출시된 1000만 개는 50일 만에 완판됐다.2019년에는 ‘야민정음(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바꿔 표기하는 것)’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명을 팔도비빔면에서 ‘괄도네넴띤’으로 일시적으로 바꿨다. 브랜드 이름엔 웬만하면 손을 안 대는 게 식품업계 관행이지만 팔도는 이 마케팅으로 젊은 소비층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팔도는 팔도비빔면의 액상스프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소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7년 팔도비빔면의 액상스프에 각종 양념을 더해 출시한 ‘팔도만능비빔장’은 작년 말 기준 누적 20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각종 원재료를 갈아 만든 액상스프에는 자회사 hy가 보유한 발효기술과 미생물공학 기술이 적용됐다. 팔도는 1983년 hy의 라면 브랜드로 출발해 2012년 1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또 다른 히트상품 ‘도시락’ 라면이 러시아의 국민 가공식품이 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86년 나온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 점유율 60%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러시아를 사로잡은 비결은 현지화다. 철도 이용률이 높은 것을 감안해 모든 제품에 포크를 동봉했다. 마요네즈를 즐기는 러시아인의 식습관에 맞춰 2012년에는 마요네즈 소스를 담은 ‘도시락 플러스’를 선보였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