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 독 됐다…시총 5000억弗 깨진 테슬라

GM·폭스바겐 등 전기차 경쟁 심화
"가격 내려도 수요 늘지 않아"
세계 시총 10위권 밖 밀려날 수도
테슬라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약 67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올 1분기 실적 부진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가격을 내려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박리다매’ 전략을 고수하자 월스트리트와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현재 시총 기준 세계 9위 기업 테슬라가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대표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에 추월당해 세계 10위권에서 방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주가 25.9%↓

26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일 대비 4.31% 하락한 153.75달러에 마감했다. 올 1월 25일(144.43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전기차 가격 인하를 이유로 테슬라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목표주가도 230달러에서 18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테슬라 시총은 4873억달러로 5000억달러 선을 밑돌았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19일 이후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시총은 840억달러 감소했다. 이달 들어 테슬라 주가 하락률은 25.9%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25억13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3% 줄었다. 매출총이익률(총마진율)은 19.3%로 20% 선이 깨졌다. 올초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수차례 인하한 만큼 수익성 악화는 예견된 일이었다.그러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건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머스크가 꺼낸 말들이었다. 그는 “지금은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더 적은 판매량과 높은 수익성보다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이후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 모델Y 가격이 미국 자동차 평균 판매가보다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월가는 테슬라의 투자등급과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은 애널리스트 비율은 48.9%로 절반 이하다. 목표주가는 실적 발표 전 210달러에서 193.4달러로 하락했다.

○시총 10위 탈락 우려

테슬라 시총은 지난해 12월 2년 만에 5000억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올 1월에는 시총이 3400억달러로 떨어졌지만 이후 주가가 반등하며 670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당시도 전기차 수요 우려가 있었으나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의 경영난 등 ‘오너 리스크’가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업이 흔들리고 있다.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가격을 인하한 만큼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고, GM과 폭스바겐 등 업력이 오래된 완성차 기업들과의 전기차 경쟁은 심화해서다. 1분기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량은 판매량보다 약 1만8000대 많았다.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주인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의 1분기 시장 점유율은 59.6%로 2017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필립 호치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가격이 낮아질수록 추가 인하가 매출을 늘리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 시총이 조만간 세계 10위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VMH는 지난 24일 사상 처음으로 시총 5000억달러를 돌파하며 테슬라와 9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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