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적열세 또 절감…본회의장 3차례 집단퇴장 '속수무책'

민주당 강행예고 법안 모두 처리…與는 반대표도 못 던져
본회의장 밖 규탄대회로 여론전…"폭력배와 다름없는 모습"
국민의힘이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수적 열세를 절감하며 또다시 거대 야당의 쟁점 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지 못했다.이날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앞서 강행 처리를 예고했던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안,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방송법 등 개정안이 통과됐다.

모두 국민의힘이 반대한 법안이다.

의석수가 115석인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170석) 주도의 법안 처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지난 3월에도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반대에도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바 있다.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은 3차례의 집단 퇴장을 통한 표결 불참으로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쌍특검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을 마친 뒤 일제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윤재옥 원내대표는 "(퇴장은) 법안 처리 자체에 저희 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국민들에게 민주당 입법 폭주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고, 저희가 할 수 있는 다음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불참 속에 50억 클럽 특검 법안은 찬성 183명으로, 김 여사 특검 법안은 찬성 182명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석이 텅 비어있는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통과를 환영했다.이후 다시 본회의장에 입장해 다른 법안 표결에 참여한 여당 의원들은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표결에 앞서 재차 퇴장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보건복지위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한 법안이다.

간호사 출신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과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은 동료들과는 달리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최 의원은 간호법 통과 직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간호법 제정안 통과 환영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그는 다른 의료 단체의 파업 예고에 대해 "국민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런 결정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그분들의 지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3번째 집단 퇴장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표결 직전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표결 참여 대신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힘자랑에 여념이 없는 것은 '국폭'"이라며 "민주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당명을 내걸고, 하는 행동은 주먹 쥐고 달려드는 폭력배와 다름없는 모습"이라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현 대표와 전 대표가 모두 피의자가 된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태가 일어난 것 자체를 국민 앞에서 사죄해야 한다"며 "모든 혼란을 막기 위해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방법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규탄대회 이후 의원총회도 열었다.윤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에 찬성한 최 의원에 대해 "스스로가 정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그렇게 행동한 것으로 안다"며 "당에서 (최 의원에 대해) 별도 조치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