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보행자 신호 무시하고 '쌩'…발로 찼다가 그만 [아차車]

횡단보도 신호 위반하는 차 발로 차버린 남성
"깜짝 놀라 발로 찼는데…재물손괴죄 입건"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에 분노한 시민이 차에 발길질을 하는 모습. / 사진=한문철 TV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에 길을 건너던 한 시민이 신호를 무시한 채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차를 발로 찼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시민에게 오히려 '사이다'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신호위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신호 위반하는 차를 발로 찼더니, 재물손괴죄로 입건됐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영상의 제보자이자 재물손괴죄로 입건됐다는 A씨가 공개한 현장 CCTV 영상을 보면 그는 지난 16일 오후 3시께 경상남도 김해시의 한 횡단보도를 보행자 신호에 건너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한 검정 SUV 차량을 마주했다.

과거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택시 차 바퀴에 발을 밟혀 다친 적이 있다는 A씨는 "차로 앞에 신호, 과속 단속 장비가 있고 다른 차들이 정차해 있어 당연히 이 차도 정차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마치 보행자가 없는 것처럼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고 그냥 지나쳐 너무 놀라 발로 찼다"고 전했다.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에 분노한 시민이 차에 발길질을 하는 모습. / 영상=한문철 TV
A씨는 당시 해당 차량 운전자가 크게 노래를 튼 상태로 반려견을 안고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걷어차인 차주는 차에서 내려 "감히 내 차를 차?"라며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차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재물손괴죄로 입건했다. A씨는 "상대방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만 냈다고 들었다"면서 씁쓸해했다.A씨는 "9살 둘째 딸이 이날 계속 저를 따라오려고 떼를 써도 억지로 떼놓고 나왔는데, 애를 데리고 왔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며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차를 발로 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주에게는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위반 구역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확인될 경우 범칙금과 벌점이 각각 2배 가중된다.

실시간 방송에서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 50명의 시청자는 '여러분이 담당 검사였다면 어떻게 이 사건을 처리하겠냐'는 질문에 "혐의없음 처리한다"(84%·42명)는 응답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기소유예한다"(16%·8표)였고, "벌금형 약식기소한다"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한문철 변호사는 "'발로 차는 시늉만, 경고만 하려고 했는데 실수했다', '발로 찰 의도가 없었다'고 진술하면 검사가 혐의없음 처분을 못할 바 없겠다"며 "혐의없음과 기소유예 둘 중 하나인데, 이건 법의 잣대로만 한다면 기소유예 쪽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법과 처벌이 불공정하다", "신호위반 처벌이 약하니까 저런 운전자들이 나오는 것", "파란불에 횡단보도 건널 때도 주위를 살피고 건너야 하는 나라", "참교육해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4일 구파발역 인근에서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부 네티즌들은 운전자가 평소 멈추지 않고 즉시 우회전하던 습관 때문에 이같은 일이 빚어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차량 운전자가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적색 신호에 우회전할 수 없고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져야만 우회전할 수 있게 한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의 경우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는 반드시 멈췄다가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천천히 우회전해야 한다. 또 신호에 맞춰 이미 우회전을 하고 있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각 멈춰야 한다.하지만 여전히 운전자들의 혼란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지난 26일 YTN과 인터뷰에서 "우회전 시 일시 정지 하는 것은 보행자 안전과 보호가 목적이기 때문에 보행자를 살필 수 있는 최소의 시간인 3초간 멈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