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스파이' '처벌' 무기로 외국·국내기업 단속 강화

미국 등 외국기업 대상 급습·보안심사·구금 등 잇따라
"서방 기업 위험 증대…정보수집 못하는 것도 리스크"
중국이 최근 외국 기업들과 자국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기업을 위주로 한 외국 기업에는 '스파이' 딱지를 붙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자국 기업들, 특히 금융 부문에 처벌을 무기로 당의 노선에 충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주 전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해 직원들을 조사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금된 직원은 없으나 컴퓨터와 전화기를 가져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에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산 수입품에 대해 사이버보안 심사(cybersecurity review)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관리 감독 조치"라며 "중국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중국의 법률과 법규를 준수해야 하고 중국의 국가 안보를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대형 제약업체인 아스텔라스의 50대 남성 직원이 지난 달 중국 베이징에서 스파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중국 형법과 중국 방첩법을 위반했다"며 "최근 일본 국민의 유사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데, 일본은 자국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가 지난달 20일 중국 당국의 급습을 받았다.

중국 국적 직원 5명이 연행되고 결국 해당 사무소는 폐쇄됐다. 민츠그룹은 성명에서 "공식적인 법적 통지를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외국의 위협에 대응한다며 스파이 활동으로 의심되는 수하물이나 전자장치의 검사를 허용하는 등 반(反)스파이법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인해 서방 기업으로서는 중국 내 활동에 위험이 크게 증대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자국 민간 부문에 대한 단속에 앞장서 오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초점을 미국과 다른 외국 기업들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자들을 만난 외국 기업인들은 이런 조치에는 중국의 지배 체제와 발전에 대한 언급을 더 단단히 통제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외부 세계의 견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계나 컨설팅, 법률 등 외국회사의 정보 수집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베이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레스터 로스는 WSJ에 "사업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정보가 필요하다"며 "스파이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에 회사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리스크"라고 말했다.

일부 외국기업 경영인들은 스파이법의 강화가 대만의 지위에서부터 중국 인권, 반도체 같은 기술까지 많은 주제가 중국 파트너들과의 대화에서 금기사항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단속 강화는 중국의 경제적 위상 강화와 함께 지도부 내에 외국 자본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깊어진다는 데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은 자국 내 금융 부문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단속의 끈도 강화하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줄곧 금융 부문 내 탐욕과 부패를 질타해 왔으며, 최근에는 중요한 경제적 국면에서 통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보험을 포함한 금융 부문에 대한 반부패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반부패 관리들은 최근 은행인들을 향해 "당의 리더십을 도외시하는 사람들을 수사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당의 가치를 수용하고 서방처럼 돈에만 초점을 두는 것을 피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중국 당국은 금융규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국영 금융기관들에 당 관리들을 심어놓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