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눈여겨볼 韓·호주 지식공유사업

서로 경제·안보 '큰 그림' 일치
디지털 협력에 핵심 자원도 확보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한 달 전 칼럼에서 최근 호주가 한국의 무역 동반자로 그 중요성이 커졌다고 쓴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한국·호주 지식공유사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지식공유사업(KSP·Knowledge-Sharing Program)은 한국이 추진해온 개발 협력사업이다. 우리나라가 경험한 분야에 대해 상대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고 상대국도 필요로 하면 상대국 기관이나 연구자와 팀을 이뤄 우리의 경험을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사업 성격상 최빈국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로 재원을 마련했는데, 이번에 기획재정부의 추진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최초로 호주와 공적개발원조가 아니라 지식공유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선진국, 특히 호주와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게 된 계기는 매우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지정학적 이유다. 초강대국이 아닌 중간 강대국으로서 호주는 국제 안보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비슷한 중간 강대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기를 원한다. 특히 호주는 지리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위치해 동남아에 있는 아세안과는 좋은 관계, 특히 경제적인 상호 협력관계를 원한다. 우리도 중간 강대국인 데다 아세안과 교역량이 많으므로 호주는 우리와 큰 그림이 일치한다.한편 호주는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동맹)의 구성원으로서 친미 외교·군사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적어도 경제 안보 패러다임 부상 전에는 중국과 가까웠다. 경제 안보 체제에서는 중국이 투자를 철수하는 등 양국 사이가 경색됐지만 최근 지방정부 선거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진보 가치를 내세우는 노동당이 압승하면서 미국에 치우치지 말자는 태도로 지방정부가 바뀌었다.

이에 대(對)중국 수출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군사와 외교는 친미 노선을 견지하지만, 중국과는 다시 경제적 협력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호주는 농업과 광업을 위주로 1차 산업이 발달했고, 제조 기반이 약하며 상대적으로 서비스산업이 발달했다. 따라서 호주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첨단 산업의 연구개발을 국가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중국과 소원한 동안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도와 디지털 분야 개발 협력사업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미국의 우방이면서도 역내 협력 국가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보유하기를 원하는 호주가 이번에 우리와 지식공유사업의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이번 한국·호주 지식공유사업은 양국의 관심사가 일치하는 영역인 디지털 특히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그리고 5G(5세대) 이후의 미래 통신 기술 분야에서 진행한다. 양국은 이 분야에서 기술 규범화, 특히 국제표준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로드맵으로 만들고, 실제로 협력할 대상 기업을 찾는다.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면 공동의 기술 프레임 아래에서 당연히 해당 분야의 무역량이 증가한다. 한국 디지털 기업도 규모가 큰 호주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구리, 니켈, 흑연, 철광석 등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2차전지를 만드는 핵심 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이 아니지만 자동차 제조 비중이 큰 한국에는 핵심 물자다. 호주와의 협력 강화로 호주가 우리 경제의 핵심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며 이런 협력이 아세안을 포함한 다자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