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지나도 안와"…속 터지는 마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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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차간격 왜 늘었나 했더니…달릴수록 손해“지옥철보다 심합니다. 오늘도 제때 내리지 못했어요.”
적자 누적에 기사까지 떠나
버스 3분의 1이 차고지에 주차
뜸해진 운행에 승객들 '빼곡'
요금 8년째 동결…재정난 가중
"더이상 못버텨" 회사 매물 속출
28일 오전 8시 서울 우면동과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을 오가는 마을버스 서초18-1. 20석에 불과한 버스 내부는 승객 47명이 빽빽이 들어차자 숨이 턱턱 막혔다. 손님이 내리지도 않은 채 출발한 버스 안에선 “밀지 마세요”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학생 A군은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고 사람도 많아 타지 못할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7분에서 26분으로 늘어난 배차 간격
대중교통의 실핏줄 역할을 해온 마을버스 급감에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지역의 마을버스 배차 간격은 평균 두 배가량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노선도 여럿이다. 버스 회사들이 수십억원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버스 운행을 줄인 탓이다. 낮은 처우에 기사들이 택배와 배달 등 다른 업종으로 떠나면서 운행할 인력 구하기도 어려운 처지다.이날 구로구 온수공영차고지엔 마을버스 38대 중 11대가 운행을 나가지 못한 채 주차돼 있었다. 오봉운수의 한 임원은 “주차된 차량을 다 돌리면 수십억원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할 상황”이라며 “젊은 기사들이 퇴사하는 바람에 그나마 남은 70대 이상 고령 운전자들로 일부만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찾은 장지동 송파공영차고지의 배차표에는 32칸 중 18칸에만 운전기사가 배정돼 있었다.
배차 간격이 갑자기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졌다. 최근 서초구엔 ‘남부터미널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도 마을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남부터미널을 거쳐 예술의전당까지 3.3㎞를 도는 노선은 서초22번이다. 해당 노선을 운영 중인 임종현 스마일교통 대표는 “올초부터 22번 버스기사가 7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버스 3대 중 2대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막히는 시간대엔 한 시간 동안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평소 배차 간격은 7분에서 26분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인건비와 유류비, 수리비 등 오르지 않은 비용이 없는데 요금은 수년째 동결이라 기사들이 다 떠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을버스 30%가 매물로 나와
적자 폭이 커지면서 매물로 나온 마을버스 회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마을버스 회사 139곳 중 40곳(28%)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새 주인을 찾은 업체는 2곳에 그쳤다. 고금열 전 새롬교통 대표는 버스 10대를 20여억원에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10억원에 회사를 넘겼다. 누적 적자가 12억원에 달하자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을 결정했다. 고 전 대표는 “대출 이자만 연 4000만원에 달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며 “매물로 나온 버스 회사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강남 지역 일부 마을버스 노선은 아예 사라질 수도 있었다”고 우려했다.마을버스 회사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요금 때문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900원으로 2015년 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서울시가 재정지원금을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는 운송원가도 4년째 45만7040원에 머물고 있다.
마을버스 조합 관계자는 “버스 운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원가는 그대로니 적자는 당연한 결과”라며 “운송원가를 현실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안정훈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