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삼성·현대차가 투자"…텍사스·조지아 의원 벌떡 일어나 환호

美 의회서 43분간 영어 연설

"BTS보다 의회엔 내가 먼저왔다"
반도체·전기차 공장 짓는 지역
줄줄이 호명하자 의원 함성·열광
26번 기립박수…자유 46번 언급

매카시 하원의장 "역사적 한걸음"
셀카·사인 요청에 퇴장에만 10분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연방 상·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한국계인 영 김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공화당)의 평가대로 “박력 있고 또박또박한 영어”에 미국 의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BTS(방탄소년단)보다 백악관엔 늦게 갔지만 의회엔 먼저 왔다”는 윤 대통령의 농담엔 폭소를 터뜨렸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윤 대통령을 “미국의 위대한 친구”로 추켜세울 정도로 연설 내용도 호평받았다.

○43분간 기립박수 26회

이날 연설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과 보좌관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4분간 일어서서 환대하며 ‘국빈 방문’에 대한 예우를 표했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43분 연설 내내 50회 이상의 박수를 보냈다. 함성을 곁들인 기립박수만 26회였다. 약 1분30초마다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 셈이다.특히 윤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투자 지역을 호명할 때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윤 대통령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을 언급하자 오스틴을 지역구로 둔 마이클 매콜 텍사스주 하원의원(공화당)이 일어나 환호했다. 그러면서 매콜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일어나요”라며 함성과 박수를 유도했다. 윤 대통령이 “삼성 오스틴 공장에서 2020년 기준으로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자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한껏 고무된 윤 대통령은 더 큰 목소리로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를 외쳤다. 그러면서 연단 앞에 있던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당)에게 ‘일어나 달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매콜 의원은 옆자리에 있던 버디 카터 조지아주 하원의원(공화당)을 일으켜세웠다. 조지아가 지역구인 두 의원은 환호했고 동료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조지아주의 브라이언카운티에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2024년부터 가동돼 매년 30만 대의 전기차가 생산될 것”이라고 하자 의원들은 더 크게 함성을 질렀다.

○의원 30명이 윤 대통령 사인 요청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가운데), 로버트 후드 미국 워싱턴사무소 상무(왼쪽)가 27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윤 대통령은 한인 의원들을 소개했다. 올해가 한인들이 미주로 이주한 지 120주년이 된 때라고 설명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하와이주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시작한 한인들이 미국 사회 각계로 진출해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동맹의 역사를 써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극찬한 뒤 “한·미 동맹의 산증인들”이라며 한인 의원 4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영 김, 앤디 김(뉴저지주·민주당),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주·공화당), 메릴린 스트릭랜드(워싱턴주·민주당) 등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들은 손을 흔들어 동료 의원들의 환호에 감사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유’를 46회 강조했다. 분당 1회 이상 자유를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연설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둘러싸였다. 악수와 기념촬영을 하려는 의원이 부지기수였다. 윤 대통령 연설문 원고에 사인해달라는 의원만 30여 명이었다. 이들과 인사를 끝낸 윤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데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영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동료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전달력이 좋고 매우 박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연설은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역사적 한 걸음”이라고 호평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