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가 광고비 '수백억 펑펑'…위스키값 올리는 '초호화 마케팅'

양대 수입사 마케팅 전쟁

페르노리카, 1년 광고비 524억
디아지오 '셀럽' 초청 위스키파티

원가·세금 탓하며 가격 인상
"과도한 마케팅비 소비자에 전가"
윈저, 조니워커 등 위스키를 수입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5월 서울 장충동의 한 대형 호텔에서 ‘위스키 파티’를 연다. 연예인 등 ‘셀럽’을 초청해 초고가 제품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일종의 ‘명품 마케팅’이다.

‘유흥주점의 술’로 불리는 임페리얼로 유명한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발렌타인 40년산과 로열 살루트 53년산을 내놨다. 각각 국내에 6병, 1병만 들여오는 위스키로 희소성을 앞세운 초고가 전략이다.

세금 탓만 하기엔…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등 스카치(스코틀랜드)위스키 양대 수입사가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각각 수백억원을 ‘광고 선전’에 쏟아붓는 등 ‘융단 폭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주류업계에서 나온다.

스카치위스키 수입사들은 올초부터 위스키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 J&B 등의 가격을 평균 5~10% 올렸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발렌타인(5.5~14.3%), 로열 살루트(5.8~17.8%), 시바스 리갈(최대 9.6%) 등의 위스키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위스키 수입사들은 “물류비 및 위스키 원액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각종 초호화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조금만 줄여도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수입사들은 오히려 명품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분을 체감하지 못하도록 착시 효과를 내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스키값이 비싼 것에 대해 종가세로 부과되는 세금 방식 때문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상 나타난 숫자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최근 사업연도(2021년 7월~2022년 6월)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 1598억원에 매출원가는 402억원이다.

매출원가엔 이미 원가의 약 103%에 달하는 세금(주세, 교육세, 부가세)이 포함돼 있다.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하이트진로만 해도 원가 비중이 57%(지난해 실적 기준)에 달했다.

3년간 본사에 600억 배당

이들 위스키 수입사는 광고선전비를 매출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매출총이익으로 남은 1195억원 중 800억원을 판매관리비로 집행했다. 이 중 광고선전비 항목으로 잡힌 금액만 524억원에 달했다. 직원 급여(114억원)의 다섯 배에 육박하는 규모이며, 연간 기부금(1억2000만원)의 수백 배다.

세금까지 내고 남는 당기순이익은 100% 본사에 배당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영업이익 394억원 중 기부금 등 영업외비용을 제하고, 법인세 103억원을 냈다. 293억원의 순이익은 전액 페르노이드 리카르드 아시아(Pernod Ricard Asia)에 배당으로 보냈다. 최근 3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본사에 보낸 배당금 총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제외)와 디아지오코리아(윈저 제외)는 2023 회계연도에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