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강렬한 첫 만남의 추억을 만들자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한국대표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드디어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근로자의 날, 부처님 오신 날, 소개팅날, 미팅날로 지갑 옆구리가 날씬하게 되는 5월에는 특히 수많은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만남들 속에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강렬한 첫 만남! 첫인상은 대부분의 평가를 결정하고, 그 첫인상의 80% 이상은 외모, 목소리,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에 좌우된다. 이른바 7초 내 결정되는 이 전장에서 오징어과에 속하는 대다수의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강렬한 첫 만남을 위해 해야 할 일

1) 구석구석 깔끔한 외모를 구축하라

이게 제일 쉽다. 안 다려진 셔츠, 광택 나는 갈치 양복, 스티치가 심한 넥타이는 화형장으로 보내자. 손톱은 깔끔히, 머리는 감고, 안경은 닦고, 양치질은 하고 오자. 간혹 술 냄새와 담배 냄새, 그리고 아침에 먹은 된장찌개 냄새를 이력서와 함께 주는 친구가 있는데, 1초 만에 낙방이다. 나는 자고 나면 침대를 꼭 내 손으로 정리하는데, 자기 잠자리, 자기 양복, 자기 구두 정도는 책임져야 회사를 맡을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2) 나만의 (흥미로운) 역사를 한 장으로 요약하자

일단 외모 겨루기 7초가 끝난 다음에는 치열한 콘텐츠 싸움이 시작된다. 여기서 면접자(혹은 소개팅 절세미녀)에게 첫 10분간 어떤 스토리를 전달하느냐가 오징어에서 대왕 문어로의 진화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것이 한 장짜리 이력서다. 오타는 절대 없어야 하고, 폰트와 형식은 네이버의 도움을 받아 영혼을 갈아넣어 깔끔하게 만들라. 그 안에 나만의 경험, 장점, 재미있는 스토리를 넣어야 한다. 취미란을 활용하라. 어느 산을 올랐는지, 골프는 몇 타나 치는지, 물구나무서기는 몇 초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써라. 가장 좋은 것은, 나만의 고난 극복기가 있는 것이다.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 고민을 담은 질문을 준비하라모든 인터뷰에서 (그리고 소개팅에서조차) 항상 질문할 기회를 주는데, 이게 패자부활전의 기회이자 애프터를 만드는 골드키다. 본인의 고민을 담아서 내가 저 회사에 가면 뭘 하고 싶은지, 아니면 승진하면 뭘 하기를 원하는지 상대방의 심연에 있는 고민거리를 끄집어낼 수 있는 ‘독특한’ 질문을 준비하라. 아이디어가 없다고? 그럼 돌직구다. “오늘 저 잘했습니까?” 자기반성의 기회와 함께, 혹시나 한 실수에 대한 만회의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라.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자여, 그대 이름은 꿈나무다.

자, 그럼 첫 만남을 폭망으로 이끄는 지름길은 뭘까?

‘극혐캐’를 위한 간절한 부탁 세 가지

1) 앉아만 있지 말자(MOVE YOUR A$$)나는 카페에서 면접 보는 걸 좋아한다. 미리 자리를 잡아두는지, 커피를 미리 주문해 두는지, 주문할 때 옆에 있는지, 휴지는 가지고 오는지, 자기 컵은 치우는지, 잘 마셨다고 인사하는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2) 팀이 한 것과 내가 한 걸 혼동하지 마라

한 20년간 이력서를 보다 보면, 10초 내에 ‘뻥 함유량’을 감별해낼 수 있다. ‘팀 전체’가 한 일과 ‘내’가 한 일을 뒤섞지 마라. 채용 담당을 했다고 치면 면접을 직접 본 건지, 결과를 엑셀로 정리한 건지, 후보자를 골라낸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나처럼 성격파탄 면접자에게 걸리면 금방 뽀록난다.

3) 모든 것에 무조건 동의하지 마라면접자 혹은 미팅의 상대방이 일부러 자기 의견을 우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동의를 구한다기보다 스트레스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자기만의 의견이 있는지,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나 경험은 있는지 떠보는 것이다. 여기에 무기력하게 “님이 맞네요”로 대응하면 첫인상의 농도는 얼음 녹은 벤티 아메리카노 수준이 된다.

만남과 끝말잇기의 공통점은 그 즐거움이 이어가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나만의 스토리를 정리하고 그걸 들고 밖으로 나가자. 생판 남을 만나 내 꿈의 동반자로 삼자. 절세 미남미녀이든, 꿈에 그리던 직장이든 가만히 방구석에 있으면 절대 만날 수 없다. 첫 7초, 첫 10분에 승부를 걸어보자. 매일 10분씩 승부를 내면 10년 뒤 3000명의 귀인이 생긴다. 그땐 여러분도 귀인이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