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손 뗀 도요다 회장, 日 게이단렌 수장 맡나

정부 脫탄소 정책에 목소리 낼듯
도요다 아키오 회장(66·사진)은 14년간 도요타자동차 사장으로 일하다 지난 1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사장직을 내려놓으며 “도요타의 혁신을 더 가속화하기 위해선 회장직을 맡아 새로운 사장을 지원사격 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재계에선 도요타 경영에 손을 뗀 도요다 회장이 일본 3대 경제연합체 중 하나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을 맡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계에 맞설 만한 체급을 갖춘 경영자는 도요다 회장이 적격이라는 평가다. 게이단렌은 지난해 6월 ‘모빌리티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도요다 회장을 추대했다. 3년 뒤 차기 게이단렌 회장 인사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과거에도 게이단렌은 도요다를 회장으로 여러 번 위촉하려고 했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게이단렌 특성상 550만 명이 종사하는 자동차업계가 재계를 대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업계 1위인 도요타를 통해 재계 영향력을 키우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얽히고 싶지 않았던 도요다 회장은 이를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나 2020년 스가 요시히데 정권이 탈(脫)탄소 정책을 밀어붙이자 일본 자동차업계는 여러 규제로 위기를 맞았다. 스가의 뒤를 이은 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탈탄소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요다 회장은 일본 자동차공업협회 회장으로서 정부의 탈탄소 정책과 관련해 쓴소리를 이어왔다. 정부가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차 대결 구도를 조성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5일 자동차공업협회 회장 연임을 선언하며 “탈탄소 정책은 그 국가의 특성을 감안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동차공업협회만으론 정계에 대항하기 어려웠다. 게이단렌에 ‘도요타 대망론’이 확산한 이유다.일각에서는 도요다 회장이 ‘사업보국’이란 사훈을 받들기 위해 회장직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94~1998년 도요다 회장의 아버지인 도요다 쇼이치로가 게이단렌 회장을 맡았다. 전문경영인이던 오쿠다 히로시 전 도요타 회장도 2002~2006년 회장직을 역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