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공급망·기술' 한·미 동맹 강화…기업 우려는 해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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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7일 방미 성과와 과제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방미로 한국 외교는 그간 견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완전히 탈피한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강조하며 실용주의를 표방한 일종의 ‘줄타기 외교’를 시도했던 한국이 미국 등 자유진영에 대한 소속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것도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1) 한·미·일 삼각공조 토대
(2) 핵협의그룹 구성 합의
(3) 첨단산업 공급망 기술협력
(4) CEO 만나며 세일즈 외교
(1) 한·미·일 안보협력 토대 마련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미국 조야를 상대로 역대급 ‘스킨십 외교’를 펼쳤다. 백악관 국빈만찬에서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23번 기립박수 등이 대표적 장면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여론 주도층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인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 명확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북·중·러에 맞선 한·미·일 안보협력 구도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역대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노무현 정부), ‘한반도 운전자론’(문재인 정부) 등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지향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종의 제로섬 양상으로 전개되는 미·중 대결에서 미국이라는 확실한 노선을 택하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에 ‘올인’한 나머지 중·러와 관계가 악화된 것은 향후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2) 북핵 확장억제와 핵우산 명시
한·미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비슷한 핵협의그룹(NCG)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 핵무기 운용의 기획, 실행 등을 고위급 상설협의체인 NCG를 통해 함께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미국이 개별 국가에 확장억제와 핵우산을 문서로 약속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전략핵잠수함 등 미국 핵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명시된 점도 실효성을 높였다는 평가다.다만 독자 핵무장을 위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관련 양해와 전술핵 재배치 등의 약속을 얻어내지 못해 북핵 고도화에 따른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적어도 일본과 같은 수준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에 합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3) 첨단산업 공급망·기술 협력 강화
미국과의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동맹을 우주로까지 넓힌 점도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원천기술과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이 만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대통령실은 양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프렌드 쇼어링’(우방국 간 공급망 구축) 관계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약속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경제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 정치권이 여전히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유도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압박 강도가 약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IRA·반도체법 역시 이번 방미를 통해 뚜렷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었다는 말도 나왔다.
(4) 넷플릭스 투자 등 ‘세일즈 외교’ 성과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 기간 넷플릭스와 코닝 등 8개 기업으로부터 59억달러(약 8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필두로 122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이번 방미 기간에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위주로 50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윤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기가팩토리(전기차 생산시설) 유치에 나선 점도 ‘세일즈 외교’에 대한 의지를 잘 보여준 대목이다.반면 한국 기업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이후 미국에 1000억달러(약 134조원) 넘게 투자한 것에 비하면 투자 유치 성과가 초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형주/맹진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