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입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절정에 이르게 하려면 [책마을]

마우스필
올레 G 모우리트센, 클라우스 스튀르베크 지음
정우진 옮김
따비
296쪽 / 3만3000원
와인을 사러 매장에 가면 선택지가 다양하다.

화이트와 레드, 드라이와 스위트, 가벼움과 묵직함. 와인의 색과 맛, 그리고 ‘보디감’을 취향에 따라 구매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디감은 쉽게 말해 입에 닿는 느낌, 입안에 와인을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다.콜라를 마셨을 때 탄산이 톡 쏘는 느낌, 갓 튀겨진 치킨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바삭함, 티라미수의 촉촉함과 폭신함도 마찬가지다. 이같이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맛이나 향을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안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묘사하곤 한다.

이 느낌을 남덴마크대 생물물리학과 교수인 올레 G 모우리트센과 요리사인 클라우스 스튀르베크는 ‘마우스필(mouthfeel)’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말로는 질감에 기반해 입안에서 일어나는 총체적 맛의 경험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이들은 함께 ‘먹는 즐거움’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책 <마우스필>에 담았다. 식재료의 기원, 음식을 먹을 때의 뇌·세포·신경 활동 등 모든 작용, 형태·구조·질감과 같은 물리적 특성, 효소·단백질 등 과학적 요소를 총체적으로 풀어냈다. 저자들은 음식과 맛이 인간의 진화와 밀접하게 엮여 있다고 말한다. 약 190만 년 전 시작된 불을 이용한 음식 조리 방식은 인간의 큰 뇌를 발달시키는 데 충분한 에너지를 얻게 해줬고, 하루 종일 날것을 씹어야 하는 데서 해방시켰다.

이는 가족을 형성하고 사회 구조를 건설하는 데 쓸 시간을 벌어줬으며, 요리는 곧 원동력이자 응집력이 됐다.

이런 인류적 발전은 문화와 요리의 발달로 이어졌다. 씹는 행위는 기억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발견했고, 치아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자 마우스필의 비중이 커졌고,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에서 벗어나 파인다이닝 같은 ‘고급 음식 문화’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맛에 관한 지식, 특히 마우스필이 우리 자신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맛에 관한 지식은 미각이 뇌에 있음을 알게 해주는데 뇌에서 미각은 기억과 결합된 음식에 대한 복합적 감각 인식,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경험한 것, 그리고 보상 시스템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등록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맛은 전통, 문화, 사회적 관계와도 연결돼 있다.

책에는 마우스필을 더욱 잘 느끼게 하는 50개의 레시피도 담겨 있다. 낯선 요리법이지만 “요리는 마우스필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이라는 저자들의 여정을 따라가고 싶다면 참고할 만하다.

이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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