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영업계좌 예금 보장만 늘려도 뱅크런 막을 것"

사진=XINHUA
미국 은행감독당국이 사업장들의 급여 계좌 등 영업용 계좌에 대한 예금 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을 의회에 권고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줄도산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은행마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 위기로 무너지자 내놓은 궁여지책이지만, 은행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 예금보험공사(FDIC)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급여나 기타 사업상 결제에 사용되는 계좌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이면 뱅크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FDIC는 현재 은행 예금에 대해 예금주가 개인 혹은 기업, 기타 기관 등인지와 상관없이 계좌당 25만달러까지 예금을 보호해주고 있다.마틴 그룬버그 FDIC 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업의 결제 계좌에 접근할 수 없게 될 경우 이는 더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른 계좌보다 금융 안정성에 있어 더 큰 공포를 일으킨다"며 기업계좌에 대한 보호 강도를 높이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FDIC는 SVB 사태 이후 예금 보호 제도에 관해 다각도로 연구해왔다. 현상 유지 혹은 예금 보호 한도를 아예 없애는 옵션 등도 검토했다. 그러나 이날 "선별적으로 강화한 보호 조치가 대다수 예금자를 보호하고, 은행과 은행 고객들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금융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부유층 개인 고객들은 다수 은행의 여러 계좌에 자금을 배분해 보험 한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직원 급여용 계좌를 운영하는 기업 대다에는 실용적이지 않다. 지난 3월 파산한 SVB도 스타트업들이 직원들의 월급 지급을 위해 예금 보호 한도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집중 보관했다가 한꺼번에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붕괴한 것이다. 규제 당국은 기업이 파산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없을 경우 이러한 자금 손실이 미칠 경제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도 기업들의 급여 계좌를 집중 보호하는 방안에 주목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은행 예금 계좌의 99%가 예금액 25만달러 미만의 계좌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최근 2개월 사이에 뱅크런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의 경우 25만달러가 넘는 예금 계좌를 다수 운영했다는 점이다. 예금 보험 한도인 25만달러를 넘는 '비보험 예금' 규모는 7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거듭된 위기 끝에 이날 결국 JP모간체이스에 매각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마찬가지 이유로 무너졌다. 예금 보호가 되지 않는 예금액은 퍼스트리퍼블은행 전체 예금의 68%에 달했고, 이미 올해 1분기에만 전체 예금액의 40% 가량이 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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