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J家도 라덕연과 투자…바이오 회사 최대주주 올랐다
입력
수정
SG發 주가폭락 후폭풍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주요 피의자로 거론되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와 손잡고 한 바이오 회사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만든 펀드는 해당 업체의 최대 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위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오너 일가도 라 대표와 투자
라 "서로 돈 합쳐 펀드 만들어"
대기업 일가의 일원이 라 대표의 펀드에 자금을 대고 함께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라 대표에 따르면 2021년 12월 바이오 기업 싸이토젠의 최대주주에 올랐던 어센트바이오펀드는 라 대표와 이 대표가 함께 만든 펀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펀드는 라 대표가 주도적으로 투자처를 물색, 투자하고 자금은 이 전 대표와 각각 나눠서 대는 형태로 운영됐다는 게 라 대표 측의 설명이다.
어센트바이오펀드가 처음 싸이토젠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 것은 2020년 9월이다. 당시엔 펀드명이 제일바이오펀드였다. 라 대표는 당시 자본금 73억 원짜리 해당 펀드의 지분 50.6%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나머지 지분을 이 전 대표 측이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바이오펀드의 대표는 윤 모씨로 현재는 이 전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는 재산홀딩스의 대표로 있다. 라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이 대표와 함께 서로 돈을 합쳐 펀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제일바이오펀드는 어센트바이오펀드로 이름을 바꾸고 싸이토젠의 지분을 빠르게 늘렸다. 바이오 업계에선 CJ가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이 대표 자금으로 유망 바이오 기업인 싸이토젠의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투자 목적의 펀드가 단기간 장내 매집으로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 역시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었다. 싸이토젠은 혈액에 떠다니는 암 세포를 찾아내는 진단회사다. 바이오 업계 내에서도 탄탄한 기술력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주식 거래량이 많지 않은 기업에 속해 라 대표가 투자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증권 업계는 보고 있다.
싸이토젠의 최대 주주 자리를 놓친 창업주 전병희 대표는 곧바로 전환사채(CB) 콜옵션 행사로 다시 최대주주 자리를 탈환했다.
전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경영권 방어엔 문제가 없다”며 “어센트바이오펀드와 만난적도 없고 이들이 회사 측에 특별한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현재 어센트바이오펀드 지분을 어느 정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전 대표가 어센트바이오펀드에 자금을 더 넣으면서 지분을 올렸다. 현재 이 전 대표는 이 펀드의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라 대표는 “같이 투자한 건 맞지만 이후 수수료 문제 등으로 의견이 맞지 않아 우리 측 지분을 정리했다”며 “현재 이 전 대표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라 대표는 펀드 수익금의 50%를 성과 보수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수익의 10% 안팎을 받는 사모펀드보다 다섯 배 가까이 높은 수수료율이다.
라 대표는 그동안 아난티, 휴온스 등 중견 기업 경영진과 손을 잡고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기업 오너 일가와 함께 펀드를 만들어 투자한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회삿돈으로 2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이 자금으로 요트와 고급 수입차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우섭/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