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도둑'이 있다…그들은 우리가 산만하길 바란다 [책마을]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464쪽│1만8800원
현대인들의 집중력이 도둑맞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평균 65초마다 하는 일을 전환한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시간은 3분 남짓에 불과하다.

현대인들이 갈수록 산만해지는 이유는 뭘까. 흔히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해서'란 개인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라'는 식의 개인적인 해결책을 조언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하지만 최근 출간된 <도둑맞은 집중력>은 현대 사회의 집중력을 좀 먹는 '도둑'이 따로 있다고 설명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집중력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여정에 떠난다. 그는 전 세계 250여명의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빅테크 기업 임직원 등을 인터뷰하며 사회 시스템이 조직적으로 집중력을 앗아가는 현상을 확인했다.

"집중력 부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다." 저자는 빅테크 기업을 현대인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꼽는다. 그는 구글, 아마존 등 기업에 대해 "우리의 산만함은 그들의 연료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돈을 벌며, 화면을 내려놓을 때마다 돈을 잃는다는 것.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따른 '맞춤 알고리즘'으로 유저를 유인해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는 분석이다.또 하나의 구조적인 문제는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다. 저자는 직장인이 마주하는 경제적 위협을 '곰에 쫓기는 상태'에 비유한다.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 뇌는 과각성 상태에 돌입하며,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중산층이 허물어진 시기'와 '인터넷이 보급되며 집중력이 떨어진 시기'가 맞물린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현대인의 먹거리까지도 문제다. 현대 식품 산업이 소비자의 원시적인 쾌락 중추를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것. 가공 절차에서부터 각종 안정제와 방부제를 쏟아부은 '초가공 식품'은 혈당 수치를 급변시켜 두뇌에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소형차에 로켓 연료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집중력의 상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민주사회의 의사결정은 모든 과정에서 집단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부 매체들이 자극적인 가짜 뉴스로 시민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집중력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저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인적인 노력에 더해 집단을 조직해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빅테크의 개인정보 활용을 골자로 한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고, 노동자들의 두뇌에 쉴 틈을 주기 위한 주4일제 도입 등을 제안한다.

책은 집중력 부족에 관한 연구를 개인의 행태를 넘어선 사회 구조적 분석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각계 전문가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박진감 있게 주장을 전개하는 건 덤이다. 464쪽에 달하는 책장을 집중해서 넘길 수만 있다면 말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