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고 자백했는데 법정구속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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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지난 4월 26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기소된 도급사업주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 사고는 2022년 3월 경남 함안 소재 A사 공장에서 낡은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크레인에서 1.2톤 무게의 방열판이 낙하하여, 설비·보수 수급업체 소속 60대 노동자의 왼쪽다리가 방열판과 바닥 사이에 협착하여 실혈성 쇼크로 사망한 사고이다. 피고인 B는 A사의 대표이사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사업장 종사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여 관리하였다.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법원은 이 사건에서 도급인 A사의 대표이사 B가 ①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거나,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수급인 C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D에게도 위와 같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게 한 점, ②수급인 C사 소속 근로자의 중량물 취급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및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종사자가 사망하게 하였다고 판단하였다.이번 선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이후, 두 번째 판결이자 도급인의 대표이사가 구속된 첫 사례로, 이와 같이 중한 처벌이 내려진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구체적인 양형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피고인들이 범행을 전부 자백하고, 피해자의 유가족과도 합의하여 유족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였음에도, ①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제정경위를 고려할 때, 경영책임자가 부담하는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을 중하게 처벌하여야 하는 점, ②대표이사 B가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4차례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적발되어 처벌받는 등 다수의 동종전과를 가지고 있는 점, ③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종전에 발생한 사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 2022년 3월 16일 재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2022년 6월 9일경 이 사건 사고를 계기로 실시된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 또 다시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된 점을 이유로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 B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추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기준을 준비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최종 평가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하였다는 점을 참작사유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공포된 날부터 1년의 시행유예기간이 있었고, A사의 경우 법시행 유예기간 중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다른 사업장에 비해 간절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이러한 결론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형량의 결정 등은 법관의 전권사항이므로 해당 재판부가 이와 같이 중한 판결을 선고한 것이 규범적으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2023년 4월 26일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의 형량 판단과 너무나도 다른 점 때문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피고인들이 자백하며 선처를 구하였고, 재해자측과 합의하여 재해자측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도 하였고,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일정 부분 이행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실형은 물론 법정구속까지 한 사안이어서 많은 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재판부는 B대표이사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전과가 다수인 점을 가중처벌의 근거로 삼고 있으나, 관련 전과의 내용을 보면 과연 이번 판결과 같이 중한 처벌을 받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재판부가 문제로 삼고 있는 안전보건 관련 전과는 4건인데, 3건의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내지 점검에서 적발된 것으로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건이다.
고용노동부는 기업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점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한번 점검을 하게 되면 통상적으로 수십개의 형벌 사항, 과태료 사항을 적발하게 된다. 그런데 사업주가 아무리 사업장 안전보건에 주의를 하더라도 점검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미비점이 발견되게 된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점검을 시행하게 되면 일정 부분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도 적발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의 점검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데, 이는 적발된 사항의 위험성이 다소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나 점검 등을 통해 형성된 벌금형 전과를 근거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을 결정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결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합의 등을 통해 중대재해 발생의 영향력을 줄이는 식의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적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