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돈 받고 불법 주택담보대출…전 저축은행 간부 기소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가 높은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악용해 불법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 전직 간부와 대출 브로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6부(손상욱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전직 저축은행 주택금융팀장 A(51)씨와 B(51)씨 등 대출 브로커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신이 근무하는 모 저축은행에서 B씨 등이 신청한 불법 대출을 승인해주고 1억7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 대출 브로커 2명은 2020년께 대출희망자 모집 법인 2곳을 세우고 아파트 전단 광고 등을 통해 대출을 받을 이들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희망자 모집 법인 자체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합법적인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자다. 지점 수가 적어 대출희망자 모집에 한계가 있는 저축은행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B씨 등은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일반 가계 대출과 달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5%로 높은 점을 노리고 허위 매출 자료를 만들어 대출희망자들을 사업자로 꾸민 뒤 이른바 '불법 작업 대출'을 받았다.

B씨 등이 법인을 통해 승인받은 대출 건수는 2천700여건(4천200억원)으로 이 중에는 불법 대출과 적법하게 받은 대출이 섞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불법 대출을 승인한 A씨에게 대출액의 0.03% 이상에 해당하는 현금을 건넸으며, 저축은행 측은 대출액의 약 2%를 B씨 등이 운영하는 법인에 수수료로 줬다.

검찰은 지난 1월 주택담보대출 행정 조사를 벌인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발장을 받고 A씨 등의 근무지와 거주지를 압수수색한 끝에 이들을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주택담보대출의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며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쉬운 저축은행의 불법 작업 대출과 관련해 추가 수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