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시작된 최저임금위 첫 회의…근로자-공익위원 충돌

근로자위원들,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위원장 사과 요구
분신 사망사건 언급하며 압박…권순원 "사퇴 안해" 일축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정면충돌했다.근로자위원들은 지난 회의 무산에 대한 박준식 위원장(한림대 교수)의 사과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준식 위원장(공익위원 겸함)은 사과를 거부했고, 권 교수는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최저임금위는 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당초 첫 회의는 지난달 1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노동계가 권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며 장내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도 못 한 채 무산된 바 있다.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합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최저임금액을 결정해야 한다"는 박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기 무섭게 근로자위원들은 맹공을 가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지난번 첫 회의 파행과 현재 최저임금위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포문을 열었다.류 총장은 "최저임금위는 노사 간 팽배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재와 조율은 공익위원들의 역할이자 의무"라며 "그러므로 공익위원들은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제도 취지에 맞게 노동계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 '주 69시간제'를 내놓고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며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이는 자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 부위원장은 건설노조 조합원 양모(50) 씨의 분신 사망을 언급하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과 노동 개혁은 중단돼야 한다"며 "그 일선에 있는 권순원 교수 스스로 사퇴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에 권 교수는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권 교수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거나 외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최저임금위 존재나 운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공익위원 간사로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모두발언 후 정식 개회 선언이 이뤄진 뒤에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전원회의 무산에 대한 박준식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박 위원장은 "사과드릴 말씀이 없다"고 맞섰다.

박 위원장은 거듭된 사과 요구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노사공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사항에 의거해 회의 배석을 허용하는데, 그날은 자격이 없는 익명의 제3자가 들어왔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이 사전 예고한 회의 진행 순서에 따라 언론인들의 퇴장을 요구하고 근로자위원들이 거듭해서 발언권을 요청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30분 만인 오후 3시 30분께 비공개로 전환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 간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학계 인사로 이뤄진 공익위원들의 목소리가 최저임금 수준에 많이 반영된다.

올해 심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내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을지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시급 기준)과 전년 대비 인상률을 살펴보면 2019년 8천350원(10.9%), 2020년 8천590원(2.87%), 2021년 8천720원(1.5%), 작년 9천160원(5.05%), 올해 9천620원(5.0%)이다.

이번 인상률이 3.95% 이상이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24.7% 높은 1만2천원을 공식 요구했다.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최저임금 수준은 통상 6월말 또는 7월에 결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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