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생긴 줄 알았어요"…오픈 첫날 주차장 가득 채웠다 [현장+]
입력
수정
경주 황성동에 위치한 로드사이드 매장"경주에 오픈했다고 해서 와보니 아울렛 같네요."
오프라인 매장 ↑ 경주 지역서 처음 오픈
국내 실적 회복세…지난해 SPA 기업 1위 탈환
'노재팬 지우기' 지역 협업 등 자연 친화적 행보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에 유니클로 교외형(로드사이드) 매장이 문을 열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334평(1104㎡) 규모의 대형 매장이 들어서자 지역주민들은 오픈 기념 할인 제품을 사기 위해 '아울렛'처럼 들렀다.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교외형 매장으로 이렇다 할 대형 백화점 등이 없는 경주에선 이날만큼은 '핫플'이 되는 분위기였다.
시내서 멀지만 오픈 첫날부터 '북새통'
이날 오전 10시께 경주시 황성동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 경주 시내(노동동 부근)나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핫한 관광지 '황리단길'에선 조금 떨어진 위치다. 거주지역 근처에 오픈해 지역주민 고객 대상으로 일상복을 선보인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매장은 334평(1104㎡) 규모로 경주에선 첫 매장이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대부분 지역주민이었다. "경주에 유니클로 매장이 생겨서 편하다" "첫 매장이고 대규모라 와봤다" "오픈 기념 할인하는 제품을 여러 벌 사려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오픈한 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주차장이 가득 차는 등 손님들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매장을 방문한 김모 씨(34)는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아울렛이 생겼나 싶어서 들렀다"면서 "경주에 유니클로 매장이 크게 들어서서 앞으로 가족들과 주말에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제품을 구매한 손님들을 위한 경주 매장만의 오픈 기념 이벤트도 마련됐다. 유니클로 측은 오픈날부터 사흘간 구매고객 대상으로 경주 전통 디저트 카페 '가봉반과'의 화과자와 로컬 프랜차이즈 '커피명가'의 커피를 선착순 증정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점과 지난달 부산 동래점 등에 이어 또 한 번 지역에 매장을 냈다. 최근 경주가 젊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국내 관광지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렌터카 업체 '카모아'에 따르면 경주는 올해 인천을 제치고 여행 인기 지역 5위를 차지했다. 올해 1~3월 예약 데이터를 보면 경주 렌터카 예약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유니클로는 지난해 서산점과 AK플라자 금정점 등 2개 매장을 교외형 매장으로 선보인 바 있다. 교외형 매장은 쾌적하고 넓은 공간에서 편리한 쇼핑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경주 지역 특성상 자가용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 주차장을 총 두 공간으로 넓게 조성했다"며 "지역주민은 물론 렌트카를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매장에 걸린 지역주민 화보 등 이색 전시 '눈길'
경주를 상징하는 특색 있는 매장 인테리어도 돋보였다. 매장 외관은 경주를 상징하는 고벽돌을 활용했고 내부 곳곳에 지역 주민이 나온 화보가 걸렸다. '디스플레이 존'에서는 경주의 일상적 풍경과 명소 등 주요 장소를 소개했다. 봉황대 뷰를 즐길 수 있는 칵테일 바 '프렙'이나 황리단길에 위치한 카페 '향미사', 한옥을 프라이빗 스테이로 리모델링한 전통 숙소 '소여정' 등 최근 인기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들이다.앞서 유니클로는 부산·대구 매장을 오픈할 때에도 지역주민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이번 경주 매장 오픈을 앞두고서도 경주의 역사와 풍경을 소개하는 책자를 전국 유니클로 매장을 통해 배포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잠잠해지면서 유니클로가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한 시도라는 평이 나온다. 경주 매장은 특히 시민을 모델로 한 화보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경주 황리단길 대표 카페 '가배향주'의 김정렬 대표, 황리단길에 위치한 독립서점 '어서어서 책방'을 운영하는 양상규 대표, 도자기 공방 '연도예'를 운영하는 권은희 도예가 등의 작품과 사진이 걸려있다.
양 대표는 자신이 출연한 화보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지역주민으로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유니클로의 철학이 마음에 들어 협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 지난해 SPA 브랜드 1위 탈환
2005년 국내에 진출한 제조·직매형 의류(SPA) 유니클로는 2019년 일본 불매운동 전후로 일부 매장을 폐업하는 등 주춤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점차 반등했고, 점차 오프라인 신규 매장을 점차 늘리며 지난해는 SPA 기업 1위를 되찾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8036억원, 영업이익은 1347억원으로 집계됐다. 불매운동이 일었던 2020년 매출액 5746억원에서 반등했고 영업익도 당시 884억원 적자에서 완연한 회복세다.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지역친화적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부산, 대구에 이어 경주에서도 지역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유니클로 경주점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친화 활동을 통해 경주시민의 일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경주=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