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인화' 부추기는 노동계의 반복된 실수

최저임금 급등, 일자리 감소 主犯
'시급 1만2000원'은 '경제적 자해'

최형창 중소기업부 기자
“PC방에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니 처음에는 손님들이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이젠 손님들도 당연하게 여기네요.”

소상공인 취재를 하면서 한 PC방 사장과 나눈 대화는 몇 달이 지나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카페나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접하는 것은 익숙해졌지만 PC방까지 무인시스템을 들여놓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PC방 사장이 심야 시간에 무인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건비 때문이다. 무인시스템 월 사용료는 50만원인데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용하면 같은 기간 180만원이 나간다고 했다.

PC방 대표뿐 아니라 취재하면서 만난 수많은 소상공인에게 인건비 지출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표를 두고 직원 시급이나 떼어먹는 ‘악덕 고용주’ 이미지를 덧씌우기 바쁘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대한민국 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저임금보다 노동인권 의식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권리를 챙기는 근로자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하다. 월급을 제때 못 주면 지방노동청에 고발당하기에 차라리 본인 몫을 줄이는 선택을 하는 ‘사장님’이 적지 않다.벼랑에 몰린 사용자는 어쩔 수 없이 무인화로 떠밀릴 수밖에 없다. 무인화를 촉진하는 계기는 무엇일까. 2일 논의를 시작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파멸의 씨앗’을 볼 수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2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가뜩이나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 사용자 여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노동계 측 주장을 보면 없던 무인화 욕구도 절로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리한 요구가 법제화되면 소상공인은 본인이 직접 더 뛰든지 무인 기기를 도입하든지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현행 ‘노·사·공(공익위원) 위원회’ 방식은 노사 양측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최선의 결과를 내자는 명분을 앞세워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강성 노조의 무리한 목소리에 묻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그 결과, 최저임금으로 보호해야 할 저소득층 일자리부터 먼저 없어지고 있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로 일자리가 사라지면 누가 보상하나. 양대 노총은 일자리를 없애는 자신들의 행보를 무거운 마음으로 되돌아봐야 한다.